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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희망을 봤다고 할까요. 무슬림들이 극단주의자만 있는 게 아니라 같은 인간이란 걸 이해하는 데서 감명받았어요."

이 말을 한 이는 터키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이슬람교도인 알파고 시나씨. 한국인으로 귀화하고 여러 권 책까지 낸 그는 이따금 외신으로 들려오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테러 소식에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두 군데 모스크(이슬람사원)에서 발생한 총기 테러로 50명이 숨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에게 '희망'이 된 이는 사고 수습을 이끌고 있는 39세 여성 총리 저신다 아던이다. 아던 총리는 무슬림 공동체를 향해 "뉴질랜드는 여러분들과 함께 애통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테러범의 이름을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그가 테러를 저질러 악명을 얻으려 했던 "한낱 테러리스트이자 범죄자일 뿐"이라면서다.

테러의 효과는 현장 살상자 숫자가 아니라 그로 인해 파급되는 공포와 위협으로 판가름난다. 소위 선진국의 안전지대에 있는 시민을 상대로 한 테러가 더 요란하게 회자되는 이유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는 이 공포와 위협을 보다 빠르게 보다 멀리 전파하면서 또 다른 정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혐오다. 정제되지 않은 1인 미디어에 실린 혐오와 극단주의는 가짜뉴스와 뒤엉키면서 실제보다 위협을 부풀리는 효과를 낳는다.



뉴질랜드 테러가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됐을 때 이를 시청한 이는 2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4시간도 채 안돼 페이스북에 올라온 편집영상은 150만 개가 넘었다. 페이스북이 이를 삭제하는 동안에도 영상은 독버섯처럼 퍼져서 공포·위협·혐오를 전파했다. 개인들의 동조 없이 불가능하다. 그 결과는 이슬람포비아에 잠식당한 공동체의 균열이다.

때문에 아던 총리는 테러범의 이름을 부르길 거부했다. 테러범이 얻고자 한 악명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강혜란 / 한국 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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