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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엄마의 공부로 '자폐 아이' 미소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9/04/1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4/15 18:59

"아이가 너무 먹지를 않아요!" 엄마의 음성에 눈물이 가득 맺혀 있다. 다섯 살 짜리 소녀는 두 눈이 반짝이는 총명해 보이는 유치원생이다. 두 살 반까지 잘 발육하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는 배웠던 말도 차차 잊어버리고 엄마가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이는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이 소녀의 경우에는 자폐증에 동반해서 동시에 많이 올 수 있는 주의산만 및 행동 항진증까지 동시에 왔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더 어려웠었다. 자폐증 환자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새로운 학교 새로운 선생님 새 친구들이 너무나 힘들다.

새로운 음식도 힘들어서 안 먹던 것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엄마에게는 아이의 식사 시간이 지옥일 수 밖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고 뛰어다니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해버리는 아이를 수저를 든 채 따라다니던 엄마의 터질듯한 가슴의 아픔이 느껴졌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셨으니 이곳에서 따님과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특수 교육을 전공해 보시면 어떨까요? 어린 아이들은 엄마가 저를 사랑하기 때문에 슬퍼하고 절망한다는 것을 이해할 만한 두뇌의 성숙이 안 되어있지요. 엄마가 화내거나 속상해 하시면 아마 자신을 미워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나쁜 애이기 때문이라고 지레 믿어버릴 수 있지요. 어머니가 전문인으로서 다른 아동들을 돕는 동안에 따님은 다른 전문인들을 통해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습관부터 배우도록 하면 어떨까요?"

2~3년 후에 나를 찾아온 이 엄마는 한아름 가득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학위를 마치고 특수 교사자격증을 받아서 이제 고등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리스페리돈(Risperidon)을 쓰면서부터 아이가 잠도 잘 자고 먹기도 잘해서 이제 걱정이 없단다. 아이 먹는 것 때문에 그토록 가슴 아파한 것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되었단다. 아이가 부산하고 주의 집중을 못 하던 것도 각성제 복용 이후에는 많이 좋아져서 그런대로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한단다.

"약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를 때에는 그저 겁만 나고 소문에 들리는 부작용에만 신경이 쓰였었어요. 그런데 제가 공부를 하고서 장점과 단점을 알고나니까 약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졌고요." 우선은 아이 아빠의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아내의 자신감에 많은 영향이 있었다고 조용히 있던 아빠가 보태어 말하였다. "아내가 아이 때문에 너무 우울해 할 때에는 저도 옆에서 너무나 불안했어요. 두 명의 환자를 집에 두고 나오려니 일이 손에 잡히지를 않았었지요!"

"저의 직장을 통해서 이제는 의료 보험 혜택도 받게 되어서 딸의 병원이나 약값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아요." 이렇게 말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이 따스했다.

"정말 잘하셨어요! 많은 어머니들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자신이 해결해야만 한다고 믿고 많은 노력을 하지요. 그런데 어떤 문제들은 시간이 가며 아이의 성장에 따라서 차차로 좋아지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기다려야 할 때가 많지요. 게다가 어머니의 경우에는 비슷한 다른 아이들을 도우면서 따님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으니 가족 모두에게 힘이 되셨네요."

아직도 소녀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대화에 자신이 없어 하지만 이제는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다.

소녀의 앞날에 큰 기쁨이 올 것을 기대해보는 아름다운 오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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