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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로 향한 예수…종착역은 죽음 아닌 부활

[LA중앙일보] 발행 2019/04/16 종교 22면 기사입력 2019/04/15 19:08

한인 교회들 고난 주간 동참
특별새벽기도ㆍ금식 등 진행

금요일은 '성금요예배' 실시
성찬식ㆍ이마에 재 바르기도

지역사회 위한 이벤트도 마련
예수의 고난, 부활의 기쁨 누려


지금 기독교계는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예수의 죽음을 묵상하는 고난주간(4월15~19일)이기 때문이다. 교계는 이 시간 동안 예수가 고통을 감내하며 걸어갔던 고난의 길을 묵상한다. 십자가로 향했던 예수의 발자국을 따라 일주일 간 침묵속에서 고난의 의미를 체득한다. 침묵은 곧 경건을 요한다. 예수의 고난에 함께 동참하겠다는 암묵적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십자가를 졌던 예수에게 고난의 종착은 죽음이 아닌 부활이었다. 그래서 기쁨이다. 교회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고난주간을 보내고 부활 주일(21일)을 맞이한다.


십자가는 형벌과 고난의 상징이다. 반면 부활은 신비와 환희를 담아낸다. 죽음과 부활, 기독교는 상반된 두 개념을 통해 예수가 이 땅에 온 본질적 의미를 붙잡는다. 기독교는 그걸 '복음'이라 부른다.

죽음과 부활의 개념이 교차하는 고난주간은 의미상 모순의 기간이지만 신앙을 재정립하는 시간이다.

의미의 되새김은 같아도 교회마다 동참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우선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고난주간을 '특별 새벽기도' 기간으로 정하고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은혜한인교회 등 미주 한인교회들은 이 기간 일제히 '고난주간 특별 새벽기도회'를 진행한다.

'사순절(부활절 40일 전 기간)'부터 전교인을 상대로 금식기도를 실시하는 교회들도 많다. 특히 주님의영광교회의 경우 18~20일까지 고난 받은 예수를 생각하며 교인들에게 3일간 금식기도를 권면하고 있다.

고난주간 기간의 금요일(4월19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이한 날이다. 각 교회는 이날을 '성금요일(Good Fiday)' 특별 예배로 진행한다. 이때는 예수의 피와 살을 기념하는 의미로 '성찬식'을 거행하는가 하면, 회개의 의미를 담아 이마에 십자가 모양의 재를 바르는 의식을 진행하기도 하는 교회도 있다.

종교 의식 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나 지역사회를 위한 행사를 준비하는 곳도 있다.

ANC온누리교회는 오는 30일까지 '더 크로스(The Cross)'라는 주제로 부활절 특별 미술 전시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남가주사랑의교회는 20일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부활절 나눔 축제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한인교계 곳곳에서는 부활절 연합 예배도 진행된다. LA를 비롯한 오렌지카운티, 샌퍼낸도밸리, 사우스베이, 벤투라카운티, 샌디에이고 등 각 지역 교계 단체들은 서로 연계해 지역별로 부활절 특별 연합 예배도 가질 예정이다.

교인들도 각자만의 경건의 시간을 갖는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TV 시청은 물론이고 인터넷 사용을 줄이기도 한다. 심지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 사용도 잠시 금하고 일주일간 예수의 고난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긴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식을 하며 금욕 생활을 추구하는데 이는 십자가 고난에 집중하며 그 의미를 깊이 되새기겠다는 기독교인의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21세기형 독특한 금식도 등장했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기후변화 시대에 십자가를 묵상하겠다는 의미로 '사순절 탄소 금식'을 홍보하고 있다.

탄소 금식은 ▶전기 사용량 줄이기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전등을 끄고 기도하기 ▶환경 보호를 위한 습관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기 등이다.

일상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습관을 실천함과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비워내고 그 시간동안 신앙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게 주목적이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는 미디어 금식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센터는 '미디어를 끄면, 삶을 켜진다(Turn off Media, Turn on Life)'라는 구호를 내걸고 잠시 미디어 콘텐츠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경건한 삶을 살도록 권장하고 있다.

기독교인 유진영(28·LA)씨는 "평소 새벽기도를 못 갔는데 고난주간을 계기로 한번 도전해보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 고난주간에는 특별한 약속을 잡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기도를 나가며 내 신앙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전했다.

한편, 기독교계 유명 문화 선교회인 팻머스는 고난주간마다 '미디어 금식' 운동을 진행한다. 한국의 경우 매년 무려 35만 명 이상의 기독교인들이 미디어 금식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 채팅인 '카카오톡'까지 자제한다.

고난주간 반드시 지켜야 할까?
"절기 아니므로 의미 정도만…"


요즘 교계 분위기와 달리 사순절이나 고난주간은 반드시 지켜야 할 절기일까. 사실 개신교의 신학적 입장은 현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우선 사순절과 고난주간은 단순히 '교회 절기' 정도로 여겨야 한다는 견해다. 이 시간에만 유독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예수의 고난과 죽음, 부활의 의미를 묵상하는 기회나 계기 정도로 삼는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즉, 고난주간, 부활절 등은 크리스마스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날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하는 특정한 날은 아니라는 셈이다.

합동신학대학원 이승구 교수는 "사람들은 성경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낸 후 그것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이를 지켜 나가는 방식을 만들어낸다"며 "종교개혁 시기의 개혁교회와 칼뱅과 청교도들은 특별한 절기를 지키지 않고 매일 십자가의 빛에서 살아가야 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종교개혁을 통해 태동한 개신교는 사람들이 임의로 만든 절기를 지키는 것에 대해 성경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오히려 교회 절기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절기가 의식적으로 지켜지고 세속적으로 변질되어가는 양상을 우려한다.

존 최 목사(라이트하우스교회)는 "사순절과 고난주간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건 왜곡된 절기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기독교에 가장 본질인 예수의 십자가와 그 의미가 특별한 절기를 통해 행위적인 참여나 교회의 독려가 아니면 그 의미가 부각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한편, 실제 한국내 최대 교단으로서 미주 지역 한인 목회자들도 다수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는 이미 수년전 부터 '사순절 절기의 비성경적 이유(84회 총회 신학전문 위원회)'를 결의했지만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이와 별개로 교회 경절처럼 이 기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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