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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교회 속 도장지들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LA중앙일보] 발행 2019/04/16 종교 23면 기사입력 2019/04/15 19:18

나무에 물이 오르고 싹이 튼다. 따스한 햇볕을 다투듯이 가지에 잎이 달린다. 그렇게 생명이 춤추는 봄이 깃든다. 화사한 꽃으로 거창한 신고식을 하는 나무에 눈이 부시다가 몰래 봄빛 옷을 입어버린 나무들에 놀라게 된다. 겨울까지도 푸르름으로 버텨 내며 꿈쩍 안 하던 나무들도 새잎들을 겨울 잎 사이에 섞어 놓고 모른 척하는 것이 나도 봄이 온 줄 안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우리에게 먹거리를 주려고 꽃을 다는 나무들은 벌써 열매를 기다린다. 많은 가지가 기지개를 켜지만 열매를 맺는 가지는 꽃을 피우는 가지이다. 꽃만 피운다고 열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꽃이 없이 열매를 맺을 수는 없다. 무화과는 꽃이 없어서 생긴 이름이지만, 사실 우리가 먹는 열매가 꽃이다. 그러니 열매를 기대한다면 꽃을 피워야 한다. 꽃은 피우지 않고 물과 양분만 가져가려고 하는 가지가 있는데 농가에서는 도장지라고 부른다.

도장지는 꽃만 없는 것이 아니라 대개 정상적으로 자라지 않는다. 이 말만 들으면 약해서 말라가는 힘없는 가지를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이 가지는 힘있게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간다. 한 마디로 너무 빠르게 앞뒤 보지 않는 성장을 한다.

그렇게 잘 자라는데 왜 문제인가. 처음에는 다른 가지에 비해 튼튼해 보이고 나무가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속이 엉성하고 병에 약해지고 잎이 부족해져서 이런 도장지가 많아지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나무는 약해지고 죽을 수도 있게 된다.

이런 도장지가 생기는 원인중에 하나가 바로 과도한 영양과 물이다. 나무를 크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것은 나무를 사랑하는 일은 아니다. 사랑한다면 나무를 생각해야 하는데, 잘 키운 나무를 갖고 싶은 사람의 마음이 결국 나무의 원수가 된다.

오늘날 교회를 보면서 도장지가 생각나는 것은 슬프지만 현실이다. 튼실해 보이지만 꽃이 달리지 않는 도장지들은 교회로 몰려버린 과도한 권력과 돈이 만든 비정상적 가지들이다. 교회를 사랑한 것이 교회의 원수가 되었다. 교회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농가에서는 도장지를 보면 대개는 아예 잘라 버린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는데 이는 도장지 밑동을 남기고 가지를 치는 것이다. 아래에 눈을 두서넛 남기고 힘이 몰리는 윗부분을 잘라 버린다. 그러면 신비하게도 아래에서 꽃 가지가 나온다. 교회도 본질을 남기고 모두 자르면 다시 꽃이 핀다. 그리고 예수님만 남기자.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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