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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살았나 싶다"…졸업과 동시에 '빚 수렁' 빠진 청년들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17 14:02





서울시내 한 대학교 채용게시판 앞을 학생이 지나고 있다. [중앙포토]





20대 후반의 최모씨는 '취업 장수생'이다. 대학 때 전공(사회복지학)을 살리려고 여러 군데 지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학자금 대출은 2년 넘게 이자도 못 내고 있다. 현재 신용유의자(금융채무 불이행자, 옛 신용불량자) 신세다. 그는 “소득이 없어 학자금 대출은 계속 연체 중"이라며 "빨리 취업이 돼야 하는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1만 7231명. 최씨처럼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해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청년 수(지난해 말 기준)다. 이런 청년들을 위해 금융 상담을 해주고 이자를 지원하는 ‘청년부채 제로'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윤실)가 있다. 기윤실이 본인들의 동의를 받아 제공한 캠페인 참가자 10명의 상담 기록을 통해 이들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빚의 뿌리’는 학자금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받기는 쉽지만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캠페인 참여자 10명 중 8명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빚을 졌고, 나머지 2명도 학자금 명목으로 금융권 대출을 받았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 청년은 연체를 알리는 문자가 올 때마다 "마음이 조급하고 내가 잘못 산 것 같은 자괴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한 채용박람회장에서 구직자들이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형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20대 후반 김모씨는 2008년부터 4학기 동안 대학을 다니다 자퇴했다. 전공에 대한 고민과 경제적 여건 때문이었다. 대학은 그만뒀지만, 학자금 대출 2000만원은 고스란히 남았다.

김씨의 월급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을 제외하고 170만원 남짓이다. 점심값을 아끼려 도시락을 싸서 다니지만 20만원짜리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버겁다.

학자금 대출은 제대로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그는 “지금 일하는 마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돼 여자 친구와 3년 안에 결혼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30대 초반의 김모씨는 올해부터 학자금 대출의 원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김씨의 학자금 대출 총액은 2000만원, 금리는 연 4%다.

신학대학원을 다니는 그는 교회 전도사로 받는 사례비 30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김씨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안 돼 동생에게 늘 미안하다”며 “학자금 대출 부담이 커서 이대로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전모씨는 집안 형편이 안 좋아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며 열심히 공부해 줄곧 성적 장학금을 받았다.

하지만 딱 한 차례 장학금을 놓치면서 연 19%의 금리로 저축은행 대출을 받았다. 전씨는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월 60만원씩 가계 생활비를 보태고 있지만, 대출 이자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장동호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는 소득이 낮은 가계의 자녀일수록 학자금 대출을 많이 받는 구조”라며 “대학생이란 이유로 자산 고려 없이 무작정 학자금 대출을 해주면 연체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저소득층에겐 대출 대신 장학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캡처]





교육부의 대학알리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742만7000원이었다. 8학기 등록금 전액을 빌린다면 졸업할 때 학자금 대출의 원금(2971만원)과 이자(147만원)를 합쳐 3118만원의 빚을 진 채 사회에 나오게 된다.

만일 2년 안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2년 치 이자(131만원)가 더 쌓여 갚아야 할 원리금은 3249만원으로 불어난다.

'빚의 수렁'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선 금융복지 상담센터와 신용회복위원회 같은 기관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청년에게 특화된 금융상담 기관은 찾기 어렵다.

기자가 전국 8곳의 금융복지 상담센터에 문의했다. 그랬더니 “파산 신청을 하려는 장년층이 주로 이용한다. 청년들이 도움을 청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청년부채 제로' 캠페인을 진행한 설성호 목사는 “대학이나 지역사회가 주체가 돼 청년들을 위한 금융 상담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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