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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함무니'의 행복

이제 곧 5살이 되는 막내 손자 이삭은 내게 각별하다. 며칠 전, 이삭이 미국기의 패치를 가져왔다. "너 이거 어디서 났어?" "군인이 줬어요" "군인이? 어디서?" "백화점에서요" 상황을 알 수 없어 며느리에게 물어봤다.

엄마를 따라 백화점에 간 이삭이 "엄마 저기 봐! 저기봐. 군인이 있어!" 이삭을 데리고 군인들에게 다가가서 말을 거는 엄마 뒤에서 막상 아이는 숨었다. 군인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컸지만, 군인이 눈길을 주고 악수를 청하자 엄마 뒤로 꼭꼭 숨어버렸다. 잠시 후, 갑자기 총알처럼 튀어나온 아이는 와락 달려들어 군인의 바지가랑이를 꼭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군인을 좋아하는 열망이 수줍음을 이겼다. 일순간 당황했던 군인은 곧 감동했다. 군복 오른쪽 팔에 붙어있는 패치를 확 뜯어서 이삭에게 주었다.

이삭은 어려서 약했다. 젓살이 오르기도 전, 치료를 위해 찍힌 사진을 보면 지금도 불쌍한 생각이 솟는다. 돌이 될 때까지는 키가 제 나이 분포의 5%군에 있어 한 방울이라도 우유를 더 먹이려 애를 쓰는데 그나마 먹은 것까지 수시로 왈칵 다 토해내서 제 어미나 나의 애간장을 녹이곤 했다.

이삭은 영민해서 웬만한 일은 말로 설명하면 다 알아듣는다. 저녁 식탁에서 아들이 나의 유방암 소식을 전하면서 매일 기도하고 할머니에게 스트레스를 드리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전했다. 이 말에 이삭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고 한 쪽 눈살을 파르르 떨더니 마음에 꼭 담았나보다. 밤기도에서 제 어미에게 할머니의 기도를 해야 한다고 간곡히 말하더라고 했다.



이틀 후, 이삭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빠 방엘 찾아왔다. "아빠! 아빠, 함무니 때문에 걱정해요?" "아니, 왜? 너는 걱정하니?" 이삭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라 했다.

이렇게 행복한 할머니가 또 있을까? 이렇게 든든한 중보 기도를 듣고 마음이 녹아버린 할미의 행복이라니! 시시로 할미의 가슴에 대고 '호오 호오'를 불어주는 이삭이다.

오늘은 이삭이 BTS 음악에 푹 빠져서 춤을 추는데 머리 속에서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이 얼굴로 흘러내렸다. 이삭에게 들키지 않도록 오리걸음으로 살살 다가가 숨 죽이며 몰래 비디오를 살짝 찍었다.

요셉은 형들의 시샘으로 어린 나이에 타국의 노예로 팔려가 파란만장의 삶을 살지만 하나님을 의지하며 굳건히 성장하여 가는 곳마다 쓰임받아 개인의 영달은 물론, 결국엔 나라를 흥왕케 하고, 이웃나라까지 백성을 구휼한다. 가문을 살려내고 하나님 나라 계보를 세운다. 막내 손자 이삭도 큰 인물로 자라나는 그림을 그리는 이 함무니는 무한 행복하다.


민유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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