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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교회다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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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08/10/16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10/15 20:27

이종호/편집위원

지난 달 죽어가는 동료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돌고래 떼 사진이 한국에서 촬영되어 사람들을 뭉클하게 했다. 마지막 숨을 다하는 한 마리를 위해 20여 마리의 다른 돌고래들이 1시간 가량 떠받치며 밀어 올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돌고래만이 아니다. 사냥꾼에 의해 쓰러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 어금니와 코로 부축하는 아프리카 코끼리도 목격된 적이 있다. 흡혈박쥐는 굶주림에 처한 동료에게 자신의 피를 나누어주고 줄무늬다람쥐는 자신이 희생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위해 위험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동물들의 이런 이타적 행동들을 학자들은 종족보존 본능에 기인한 것이라며 폄하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그런 것도 충분히 감동이 된다. 동물들이 이럴진대 하물며 인간들이야.

경주 최부잣집은 12대 300년을 이어 온 만석꾼 집안이었다. 부자 3대 가기가 힘들다고 했다. 르네상스의 최대 후원자였던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도 고작 200년이었다.

최부잣집이 몇백년을 번성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흉년이 들면 소작료를 감해 주고 풍년 때도 1만석 이상은 모으지 않는다는 것이 집안 가훈이었다. 수입으로 3000석이 들어오면 1000석은 생활비에 쓰고 1000석은 손님 접대하는데 썼으며 나머지 1000석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는데 쓰도록 했다.

나만 잘 사는 게 아니라 모두 같이 잘 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6.25때 모든 지주들의 집이 불타고 노략질을 당하는 와중에서도 최부잣집 만은 서로 나서서 지켜 주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주'(가진자의 도덕적 의무)를 얘기한다. 그렇지만 부자의 나눔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생각한다. 삼성이 현대가 수백억씩 내 놓는 것을 당연시하고 빌게이츠가 워런 버핏이 몇 천만달러씩 기부를 해도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가진 게 많아서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나눔이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 경제가 말이 아니다. 내 입 하나 건사하기도 힘이 든다. 신문에도 온통 어둡고 칙칙한 기사들 뿐이다. 그런 중에도 가끔씩 발견되는 미담기사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지난 주말 다운타운 인근 나성영락교회에서도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본지 10월 13일자 3면〉. 교회가 위치한 링컨하이츠 지역의 비영리 영세 단체들을 돕기 위한 자선 바자회가 열린 것이다.

그 곳은 라티노가 주민의 80%를 차지하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이다. 그런 곳을 위해 한인 교회가 매년 10만달러 이상씩 도움의 손길을 뻗침으로써 한인들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나성영락교회의 나눔 실천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동포 사회를 위해 매년 거액의 후원금을 내놓고 있고 소리 소문없이 지원하는 장학금도 많다. 지난 여름에는 폐과 위기에 처한 UCLA 한국음악학과를 돕기 위해 전 교역자들이 2주일간 마켓에서 땀을 흘리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교회 재정이 남아 돌거나 건물이 번듯한 것도 아니다. 스스로는 좁고 불편한 시설을 감수하면서도 먼저 나눔의 본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 주고 싶은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착한 행위로서가 아니라 믿음으로써만 구원을 받는다고 배운다. 그러나 그 믿음은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선행이 뒷받침될 때라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십자가가 걸려 있다고 다 교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향해 손 내밀고 세상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들이 모인 곳이라야 진짜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나누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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