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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마워요" 엘리씨, 지현씨

요즘 문화계 쪽에도 한인 2세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이들이 눈에 띄는 이유는 지금까지 한인 1세들이 갔던 길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이 가진 열정으로 독창적인 노선을 구축하고 있어서다.

지난달 LA다운타운 유니언 역에서 바흐의 334번째 탄생일(3월 21일)을 기념하는 10시간 마라톤 연주회가 열렸다. '지하철 안의 바흐(Bach in the Subway)' 콘서트다. 이 행사는 지난 2010년 첼리스트 데일 헨더슨이 뉴욕 지하철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면서 시작됐다. 이제는 매년 3월이면 40여 개국 150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 LA에서도 2015년부터 열리고 있는데 이 행사를 기획·주도하고 있는 이가 바로 한인 2세 이지현씨다.

이지현씨가 만들어낸 바흐의 유니언 역은 새로웠다. 이 날만큼은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삭막한 전철역이 아니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콘서트장이고 바흐를 사랑하는 음악인들에게는 즐거운 생일 파티장이었다. 공연은 짧게는 15분, 길게는 1시간 길이로 진행됐다. 그렇게 10시간 동안 30여 개 연주가 유니언 역 곳곳에서 이어졌다.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번졌다. 이날 하루, 거리의 악사가 된 유명 연주자들 역시 음악회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한 연주자는 "수십 개의 연주회가 이어지는데도 진행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주최 측이 꼼꼼하게 준비한 것 같다"며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또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데는 이지현씨가 그만큼의 땀방울을 흘렸기 때문이다. 이씨는 "지난 7개월간 준비했고 진행하는 일이 만만치는 않았지만 너무 즐겁게 일했다"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내가 이 행사를 여는 이유"라고 밝혔다.



또 한 사람이 떠올랐다. LA 공공미술(public art) 저변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는 비영리 단체 '에퀴터블 비트린스'의 엘리 이 대표다. 이 대표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LA한인타운을 중심으로 8개의 공공미술 전시를 진행해 왔다. 그는 한 개의 프로젝트를 위해 수개월 길게는 몇 년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LA에는 수많은 갤러리와 뮤지엄 그리고 아티스트들이 있다. 하지만, 공공미술 측면에서 본다면 뉴욕이나 다른 도시와 비교해 그 수도 그 질도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도 LA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공미술을 소개하고 싶다"고 전했다.

둘 모두 대가도 없이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그들의 열정 덕분에 우리는 우연히 길에서 좋은 예술작품과 연주를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받아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들이 좀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한인들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할 때다. 긴긴 여정에 조금은 지쳤을지 모를 그들에게 작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작은 휴식을 줘서 고맙다고.


오수연 / 사회부 차장·문화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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