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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문 대통령이 결단할 때다

지난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상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은 포괄적이고 선언적 성격을 갖춘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성공해 공동성명까지 도출해 냈지만,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톱다운 방식에 제동이 걸려 결국 결렬됐다. 2차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이전시키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은 물론 생화학 물질까지 해체해야 한다는 요구를 북한이 응하지 않으므로 결렬됐다고 한다.

백악관 한미정상회담도 공동성명 없이 양국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양국이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에는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이루었다는 성과는 있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지울 수 없는 것은 결렬된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느낌이다. 양국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톱다운 방식을 놓고 확연한 의견차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입장을 담은 톱다운 방식을 제시했다.

북미가 먼저 포괄적 비핵화 방안에 합의한 뒤 북한이 영변 핵시설과 일부 핵심 시설을 폐기하자는 것이다. 미국도 이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빅딜'과 '포괄적 합의'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입장이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주장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부분적 제재 완화에도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급하게 성사시킨 한미정성회담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오히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조선당국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며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 미국의 대북제재로 속도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한미정성회담 전날에 김 위원장이 노동당 회의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내세우며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 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며 압박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동등한 협상의 파트너가 아닌 북미협상팀 일원으로 간주하며 위협하는 것 같아 모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문 대통령이 결단할 때다. 하노이 회담 후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북미간의 입장에서 중재자의 역할은 끝났다고 봐야한다. 김 위원장이 말한 "민족의 일원으로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주권국가의 수호자로 북한의 눈치를 살피며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국익을 위한 협상가로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조만간 추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주권국가의 안보를 책임진 협상자로 김 위원장에 톱다운 방식이 아닌 미국이 주장하는 빅딜 수용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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