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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나누라'는 섭리 따르기

#. "I need a Kidney donor, my blood type is O positive"(신장 기증자를 찾습니다, 내 피는 O 형입니다)라는 전자문자를 8~9개월 전에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그 발신자를 만났는데, "신장기증을 돕는 기관에서는 7~8년은 기다려야 순서가 된다"며 하는 말이 지난번 산불에 자기 집이 문 손잡이마저 녹아 없어졌고 집터는 잿더미뿐이라며 "everything is meaningless"(모든 것이 헛되도다)고 쓴웃음을 짓는 그와 마주 앉아 아침을 먹었다.

나하고는 길 가다가 만난 인연이라고 할까. 10여 년 전 연방 교도소 수요일 예배를 드리고 오던 중에 710번 프리웨이 간판에 '캄보디안 타운' 사인을 보고 무작정 그 길로 따라 내렸던 것이 인연이다. 당시 캄보디아의 한 신학교를 조금 돕고 있을 때, 캄보디아 타운이라는 간판이 나를 빨아들여 그 지역으로 가보니 70년대 초 LA올림픽 길을 보는듯했다. 캄보디아 글 간판이 많이 붙은 제일 큰 건물을 찾아 들어가니 200파운드가 넘는 거구에 머리는 삼손 같고 운동 모자를 쓴 백인이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는다.

그런 인연으로 오늘까지 이방 땅에서 조건 없이, 자주 만나고 싶어지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메콩강 지류와 캄보디아, 베트남 지역의 희귀 어종을 보호 연구하는 교수들을 돕는 사람이었다. 현장을 수없이 다니면서 그 지역의 학교, 신학교, 고아원, 유치원, 교회를 돕는 분이다.

사형수가 형 집행일에 형장으로 끌려가는 이야기를 읽고 있었다. 내용은 이랬다. "선생님, 이 말은 진짜입니다. 이 부탁 만은 꼭 들어주십시오. 나도 좋은 일 한번 하고 가고 싶습니다. 내 피는 O형입니다. 그러니 이제 내게 남은 피를 뺄 수 있는 대로 많이 빼서 필요한 사람에게 넣어 주십시오. 제발 이 마지막 부탁은 들어줄 수 있겠지요?" 그러면서 건너기 싫은 루비콘 강 다리 위에서 의사와 변호사와 교도관의 눈동자를 번갈아 살피고 뒤돌아 사람들을, 세상을, 하늘을 바라보더라는 것이다.



#. 교도소 선교 자원봉사를 마이클이라는 친구가 자기는 100회를 넘겨 헌혈을 한다며 헌혈 카드를 보여주곤 했다. 나도 1년 반 전, 처음 헌혈 센터를 찾아가 첫 번째 헌혈을 하고 그 후 세 번째 헌혈을 하러 갔더니, 6개월 쉬었다가 헌혈을 다시 시작해 보자는 말을 듣고 나온 것이 지난 11월이다. 그러고 보니 나 같은 사람은 온통 받은 것이 전부이지 베푼 일이 별로 없다. 정말 값지게 나누어 볼 수 있는 헌혈이라도 할까 생각해 봤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의 특혜를 누리며 이 미국을 위하여 돌려줄 것은 없는가 생각하곤 한다. 하나님은 때로는 신체의 한 부분을 나누어도 생명에 큰 지장이 없을 수도 있는 신장을 우리 몸속에 허락하심은 '나누라'는 섭리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할 일을 슬쩍 넘겨 버리는' 할아버지, 아버지, 남편 그리고 교회의 직분자는 아닌지?


변성수 / 연방 및 카운티 교도소 채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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