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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장남' 김홍일 전 의원 별세…"대통령 아들에겐 멍에 뿐"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20 04:35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71세.
이날 오후 4시 8분께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쓰러진 김 전 의원은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오후 5시4분 사망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장남 김홍일(뒷 줄 가운데) 전 의원






김 전 의원은 1990년대부터 뇌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을 앓아왔다. 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됐을 당시 받은 고문 후유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김 전 의원은 2009년 8월 19일 아버지(DJ)의 장례식 때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다. 빈소에서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이하는 김 전 의원은 뺨이 홀쭉해질 정도로 여윈 얼굴이었다. 풍채가 좋았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 전 대통령의 빈소에서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분향하고 있다. [중앙포토]






72년 공군중위로 만기 전역한 김 전 의원은 그 전까지는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활동을 돕다가 건강을 잃은 맏아들에게 항시 애틋한 마음이었다고 전해진다.

김 전 의원은 DJ와 사별한 전부인 차용애 여사 사이의 장남으로 1948년 전남 목포에서 출생했다. 차남 홍업씨도 차 여사의 아들이며 3남 홍걸씨는 이희호 여사의 아들이다.

김 전 의원은 1996년 국민회의 소속으로 전남 목포ㆍ신안갑에서 출마해 제15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2000~2004년 제16대, 2004~2006년 제17대 국회의원을 거친 3선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권력 실세로 꼽혔으나, 2006년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국회에서 동료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김홍일(왼쪽) 전 의원 [중앙포토]






김 전 의원의 삶 전체엔 아버지 DJ의 그림자가 짙게 드러워져 있다.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아버지의 후광으로 뱃지를 단 사람’이라는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2001년 펴낸 자전적 에세이집 『나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는다』에서 그는 “대통령 아들은 영광이 아니라 멍에요, 행복이라기보다는 불행”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탄압받는 야당 지도자의 아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특수한 신분으로 살아온 삶의 고충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학원 1학년 때인 71년, 영문도 모른 채 중앙정보부 지하실에 끌려가 일주일 동안 온갖 고초를 당했다. 알고 보니 서울대생들이 주축이 된 학생운동조직체인 ‘민주수호전국청년학생연맹’의 배후 조종자란 혐의였다. 그는 이때의 고문으로 허리를 다쳤다고 한다.




국회의원 시절의 김홍일씨[중앙포토]






80년 5월에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신군부로부터 고문을 받았다. 당시 책상 위로 올라가 그대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떨어질 만큼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이때 목을 크게 다쳤다.

그후로도 87년 정치적 사면복권이 될 때까지 끊임없이 정권의 감시를 받았다. 김 전 의원은 이 책 등에서 “친구나 외부인사를 만나면 기관원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말을 하는지를 감시해 가까운 친구들조차 만나기 꺼려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전 의원은 1974년 8월15일에 윤혜라씨(김구 선생의 경호실장 윤경빈씨의 딸)와 결혼했다. 하지만 마흔살이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지 못했다고 한다. 장사를 시작하면 바로 세무조사가 들어왔다. 아버지에 대한 역대 집권자들의 견제와 적대감이 그에게까지 뻗친 것이다. 그의 답답한 심정은 에세이집에도 나와 있다.

“도대체 대통령의 아들은 무덤에 갈 때까지 무엇을 하며 살라는 말인가. 바보처럼 살다가 실업자라도 좋다는 배필을 만나 아버지가 건네주는 생활비로 평생 살다가 죽으란 말인가.”(『나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는다』중)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이 20일 별세했다. 향년 71세. [연합뉴스]






에세이집에는 사랑으로 홍일·홍업 형제를 키워준 새어머니 이희호 여사에 대한 고마움 등도 담겨 있다. 일찍 친 어머니를 여읜 김 전 의원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새어머니를 맞았다. 그는 이 책에서 “부끄럽게도 오랫동안 새어머니에게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어머니라고 불렀다고 한다.

제17대 무안ㆍ신안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됐던 동생 홍업씨는 제18대 때 낙선한 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 중이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목포시지구당 조직책에 임명된 장남 홍일씨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모습 [중앙포토]






이날 정치권에선 애도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님과 함께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 통일에 헌신한 고인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김홍일 전 의원의 영면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도 “김 전 의원의 국가를 위한 애국심과 생전 의정활동에 대해 알고 계시는 많은 국민들이 크게 안타까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고인은 민주화 운동과 평화통일 운동에 헌신하셨으며 군사정권의 고문 후유증으로 10여년 이상 투병하셨다”며 “하늘나라에 가서 부모님을 만나 한반도 평화통일과 고문없는 우리나라를 위해 우리에게 지혜를 주시는 일을 하시리라 기도드린다”라고 밝혔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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