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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푼 칼럼]봉두난발(蓬頭亂髮)

김재억 목사 / 굿스푼선교회 대표
김재억 목사 / 굿스푼선교회 대표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4/21 13:49

멕시칸들이 즐겨 마시는 대중주가 ‘뿔께’(Pulque)다.
뿔께는 ‘아가베’(Agave) 선인장과의 일종인 ‘마게이’(Maguey) 용설난의 수액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켜 만드는데, 멕시코 막걸리처럼 국민적 사랑을 받는다. 오랜 옛날 ‘마게이’ 여신이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들에게 기쁨을 주자, 삼신 할매가 질투하여 그녀를 죽였다.

이에 창조의 신 ‘께짤꼬아뜰’(Quetzalcoatl, 깃털 달린 뱀)이 죽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뼈를 땅에 묻자 그곳에서 건장한 선인장이 자라났다. 원주민들은 이 선인장의 수액을 마시며 신성시했다고 한다. 아스떼까 인디오들의 멕시코 건국 신화 한토막. ‘아귈라’ (Aguila,독수리)가 ‘쎄르삐엔떼 까스까벨’(Serpiente Cascabel, 방울뱀)를 입에 물고 ‘노빨 깍뚜스’ (Nopal Cactus, 선인장) 위에 앉아 있는 곳에 수도를 세운 나라가 멕시코다. 멕시코 삼색 국기 정중앙에 독수리, 방울뱀, 선인장, 올리브 나뭇잎을 선명하게 그려 넣었고, 에스꾸도(Escudo, 국가 문양)로 사용한다.

멕시코 전역엔 모양과 크기와 약 효능이 각기 다른 다양한 선인장들이 서식하고 있다. 손바닥을 쌓아 놓은듯한 초록색 노빨, 예리한 창끝 같은 아가베, 에네껭, 마게이, 화상 치료와 피부 보습에 탁월한 알로에, 싸빌라, 그리고 강력한 환각 효과를 주는 ‘뻬요떼’(Peyote)까지... 가히 선인장 천국이다.
선인장은 1800m 이상의 춥고 척박한 고산지대, 건조한 사막에서도 환경탓하지 않고 왕성하게 잘 자란다. 아스떼까, 마야 인디오들에게 선인장은 성스러운 식물이었고, 유용한 상비약으로 사용되었다.

‘마게이’ (Maguey) 선인장이 12년쯤 자라면 높이 2m 이상의 크고 육중한 성체가 된다. 검처럼 강하고 단단하게 생긴 10여개의 줄기 양날과 끝에는 송곳처럼 뽀족한 가시가 덮여 있다. 선인장 한복판에 있는 생장점 줄기를 삽처럼 생긴 도구로 끊어 낸 후 오목하게 중심부를 파낸다. 그 위에 묵직한 돌을 얹어놓고 6시간쯤 지나면 꿀물처럼 달착지근한 ‘미엘 데 아구아’ (Miel de Agua)가 가득 고인다.

하루에 두번 채취할 수 있는데, 수액에는 비타민 A, B1, B2, C 및 무기질,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인, 철, 리그닌, 셀룰로스, 펙틴, 위궤양과 고지혈증 예방에 좋은 뮤실라제, 17가지 아미노산이 가득히 담겼다. 마게이 줄기는 가축들의 훌륭한 간식이 되고, 다듬어 건조시키면 에네껭처럼 양질의 섬유를 얻을 수 있다. 견고한 내구성, 밀도높은 섬유질 때문에 옷감, 로프, 공책, 주방용 덮개로 활용도가 높다.

마게이의 수액에 효모를 넣고 섭씨 60도에서 발효시키면 연한 우유색을 띄면서 약간의 거품이 생기는 알코올 농도 4~8%의 ‘뿔께’가 완성된다. 뿔께는 아스떼까 인디오들에게 성스러운 음료였다. 신관들이 한껏 마시고 취기가 오르면 신민들을 위한 수복강령(壽福康寧)을 기원했고, 기우제때 희생제물과 함께 올려졌다. 또 나라에 공을 세운 장수와 현자들에게 왕의 어주로 하사됐다. 탁주처럼 뿌연 뿔께를 여러 번 메스깔(Mezcal, 증류)하면 떼낄라(Tequila)를 만들 수 있다. 천연 발효주 뿔께에 토마토, 피스타치, 쎄레사(체리), 마메이, 코코넛 과일을 첨가하면 향과 색이 아름다운 뿔께 칵테일이 된다.

겨우내 동료 노숙인들과 함께 굿스푼 애난데일 거리 급식소를 빠짐없이 찾았던 멕시칸 홈리스 ‘바르봉’의 발길이 요즘 뜸하다. 쑥대강이같이 머리털과 수염이 헙수룩하게 자라 마구 흐트러진 모습이 ‘봉두난발’(바르봉)같다고 해서 붙혀진 애칭이다. 무슨 사연이 있어 독주에 취한채 엄동설한의 낯선 거리를 헤매고 다녔는지는 잘 모른다.

그의 몸과 마음을 오랫동안 억압하고 있는 모든 공포와 불안과 패배의식들은 사망 권세를 깨뜨리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은혜와 능력으로 변할 수 있다. 어느날 봉두난발을 산뜻하게 미용하고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반갑게 만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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