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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미국의 산불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이 불에 탔다고 한다. 불은 인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이로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엄청난 재앙을 인류에게 가져다준다. 노트르담 성당 화재처럼 주택이나 건물에 생기는 화재도 큰 재앙이지만, 자연에 생기는 화재는 더욱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미국 서부에서는 연중행사처럼 산불이 발생하여며면서 언론을 장식한다. 예전에는 어느 한 시즌에만 주로 산불이 났는데, 최근에는 어느 특정 시즌을 가리지 않고 산불이 발생한다. 매년 1천만 에이커가 넘는 땅이 화마에 시달린다고 하며, 미국 정부는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산불 때문에 연간 20억 달러를 쓴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산이 많아서 그런지 숲에 불이 나면 ‘산불’이라고 부르는데, 미국에서는 ‘들불’이라는 뜻으로 ‘Wildfire’라 한다. 좌우간, Wildfire는 마른번개 등과 같이 자연적인 발화에 의해 저절로 생기기도 하지만, 지금은 주로 인간이 불을 사용할 때 부주의를 하거나, 전봇대 변압기에서 불이 일어나는 등 원인으로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지구 온난화의 결과로 뜨거워진 지구 때문에 자연은 건조해지면서 Wildfire가 잦아진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서부에서 주로 Wildfire가 발생하는데, 서부의 자연이 건조한 데에 더해서 강한 바람이 불어 Wildfire를 더욱 키우고 있다. 내륙지방에서 더워진 건조한 공기가 서부 바다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불을 부채질 하는 셈이다. 로스앤젤레스 부근에 자주 발생하는 ‘산타 애나’(Santa Anna) 바람이 그중 대표적인 바람이다. 연간 10만 건 이상 생기는 미국의 Wildfire는 숲에 있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며 땅을 초토화한다. 초토화의 대상에 인간도 제외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Wildfire를 사망자의 숫자로 따져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위는 2018년 11월에 일어난 ‘Camp Fire’이다. 이 화재로 16만 에이커의 땅이 타고, 8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참고로, 이 불을 ‘Camp Fire’라고 부르는 이유는 ‘Camp Creek Road’라는 길에서 가까운 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위는 1933년 10월에 LA 부근의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에서 발생한 화재이다. 이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었다. 3위는 1991년 10월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발생한 ‘Tunnel Fire’이다. 여기에서는 25명이 사망했다. 4위는 2017년 10월 나파 밸리와 소노마 일대에서 일어난 ‘Tubbs Fire’이다. 22명이 이 화재에서 사망했다. 5위는 2003년 10월 15명의 사망자를 낸 샌디에고 부근의 ‘Cedar Fire’이다.



불은 몇 가지 요소가 모여야 형성될 수 있는데, 그 요소는 연료, 공기, 건조, 불씨이다. 연료란 바로 숲, 나무, 풀, 건물 등 탈 만한 물건을 말한다. 공기도 필수적인 요소인데, 주로 산소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며, 바람이 불면 더욱더 많은 산소가 공급되므로 불이 잘 탄다. 앞의 두 가지를 갖추어져도 건조한 상태가 아니면 불은 잘 일어나지 않는데, 비가 오지 않는 날씨가 Wildfire에 큰 작용을 한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불씨가 없으면 불이 번지지 않는다. 인간 사회가 발전한 이후에는 이 불씨를 인간이 주로 공급하는 셈이다. 미국의 서부에 Wildfire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는 이 네 가지 요소가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Wildfire를 방지하려면 이 네 가지 요소 중 한 가지를 차단하면 된다. 네 가지 요소 중 공기(바람)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포기하고, 다음 요소인 건조를 막기 위해 소방 당국은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곳에 물을 뿌리기도 하지만, 워낙 방대한 지역에 물을 뿌리는 것은 역부족이다. 그 다음 방법이 연료 공급을 끊는 방법이다. 연료를 차단한다는 뜻은 수풀 아랫부분에 자라난 관목이나 풀을 제거하는 것을 말하는데, 일일이 장비나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으므로 바람이 없는 때에 관목과 풀에 불을 놓아 이들을 제거하는 방법이 주로 쓰인다. 네 번 째 요소인 불씨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도록 하는 등 사람에게 계몽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결국 인간이 주의하면 Wildfire를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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