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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라운지] 화해 비용

[LA중앙일보] 발행 2019/04/2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4/22 18:29

조지타운대학교는 워싱턴DC에 있는 가톨릭계 명문이다. 미국 건국 초기인 1789년에 개교해 올해로 꼭 230년이 되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모교이자 2017년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 빅터 차 교수(정치학)가 몸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은 카톡 대화방 음란물 유포 혐의로 소환 조사 받고 있는 가수 로이 킴이 적을 둔 학교임이 밝혀져 더 유명해졌다.

최근 이 학교 학생들이 벌인 일 하나가 잔잔한 화제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류 언론 보도에 따르면 181년 전인 1838년, 이 대학이 재정난 타개를 위해 노예 매매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팔아 넘긴 노예들의 후손을 지원키로 하고 매 학기 등록금에 추가로 조금씩 더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화해 비용(reconciliation fee)'이라 명명된 추가 등록금은 1인당 27.2달러로 당시 팔려간 노예 272명을 상징한다고 한다.

미국의 아픈 과거인 흑인 노예 노동자들에 대한 반성과 사과, 보상은 이미 여러 곳에서 진행되어 오고 있는 바다. 조지타운대학은 2006년에도 과거 노예매매 사실을 공식 사과하면서 속죄 차원에서 당시 노예 후손들을 입학 사정시 우대하겠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었다.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미국의 저력을 다시 느낀다. 배금주의의 막장으로까지 추락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미국이지만 여전히 한 쪽에선 지성과 양심이 굳건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과거의 아픈 상처가 많다. 그럼에도 치유가 쉽지 않은 것은 가해자는 멀쩡히 잘 사는데 피해자만 억울한 나라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어서일 것이다. 화해란 가해자가 먼저 손을 내미는 데서 시작된다. 말로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과 비용도 수반되어야 한다. 누군가가 먼저, 조용히 손길을 내밀었다는 한국발 "화해의 뉴스'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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