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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없이는 못사는데…"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

[LA중앙일보] 발행 2019/04/24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9/04/23 20:54

워싱턴주 전기박물관

1897년 영국의 물리학자 J.J. 톰슨이 전자를 발견해 전기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전기박물관에서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1897년 영국의 물리학자 J.J. 톰슨이 전자를 발견해 전기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전기박물관에서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1994년 1월17일 월요일 새벽 4시 30분경이었다. 월요일이었지만 마틴 루터킹데이로 휴일이었다. 연휴로 포근한 단잠에 빠져 있었다. 침대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려 떨어질 것같은 느낌에 눈을 떴다. 직감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옆방에 자던 아이들을 깨워 테이블 밑으로 피신했다. 공포 스러웠다.

내가 거주하는 동네는 노스리지 지진 진앙지에서 북서쪽으로 20여마일 떨어진 곳이어서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때 생긴 지진 트라우마로 무엇이든 흔들리는 것에 예민해지고 특히 침대가 흔들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흔들림이 잦아들자 정신을 차리고 라디오를 틀었다. 규모 6.7 강진의 노스리지 지진임을 알았다.

얼마 후 집 전화가 울렸다. 당시는 휴대폰이 드물어 신문사도 무전기 같이 생긴 큰 휴대폰이 사회부와 사진부에 한대씩 있어 비상용으로 사용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전화도 전부 불통이었는지 LA에 거주하던 사진부원들 모두 연락 두절이라며 당시 편집국장이 직접 비상연락망에 기재된 집전화로 연락을 해왔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지진 진앙지인 밸리지역 노스리지 현장으로 들어가 취재를 하라는 지시였다.

불안에 떠는 식구들을 뒤로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사우전드 오크스 집을 나와 101번 프리웨이 남쪽방향으로 차를 달렸다. 리시다에서 내려 높게 피어오른 검은 연기를 따라 북상했다. 아파트들은 내려 앉아 1층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사람들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공원에 나와 쭈그리고 앉아 여진을 견뎌내고 있었다. 길가에 실성한 듯한 백인여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길을 헤매고 있었다.

전기박물관의 입구 모습.

전기박물관의 입구 모습.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 1800년대 말 전기공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과학자들.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 1800년대 말 전기공학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과학자들.

1879년 12월 에디슨이 처음 사용한 전구의 모형.

1879년 12월 에디슨이 처음 사용한 전구의 모형.

초기 라디오, 진공관 등 전기용품을 전시한 공간.

초기 라디오, 진공관 등 전기용품을 전시한 공간.

뭐라고 형언할 수 없었다. 폭격이 휩쓸고 간 전장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진앙지 85마일 내 건물 4만여 채가 무너지고 60여명이 사망했고, 5000여명이 부상당했다. 한인도 4명이 사망한 노스리지 한 아파트에 도착해 현장을 취재하고 마감을 위해 신문사로 향했다.

자동차의 연료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5마일을 가야하는데 정전으로 주유를 할 곳이 없었다. 조마조마 했다. 가까스로 미드 윌셔지역 한인타운에 도착했다. 연료부족으로 차가 정지할 것 같은 순간에 자동차의 긴행렬이 있는 주유소를 발견했다. 천운이었다. 이후로 자동차 연료표시등이 반을 가리키면 주유를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LA지역 90%가 정전이었다. LA는 블랙아웃(blackout) 상태였다. 정전 상태가 길어져 밤을 맞았으면 약탈 등 끔직한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점차적으로 전력이 복구되어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블랙아웃 상태가 25시간이나 지속됐던 77년 7월 13일 밤 뉴욕 대정전 사태는 많은 미국인들이 악몽으로 기억하는 사건 중 하나다. 이 정전 사태는 뉴욕 에디슨 발전소가 번개를 맞아 발생했다. 정전이 저녁 8시에 시작되었고 당시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더웠고 정전이 되자 사람들은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암흑천지로 변한 도시에서 시민들은 폭도로 돌변하여 곳곳에서 가게들을 마구 약탈하기 시작했다. 특히 흑인 주민들이 상가를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마구 훔치는 한편 방화, 폭행을 저질렀다. 순식간에 대도시 뉴욕이 무법천지로 변해 전세계가 경악했다. 약 1700개 상점이 흑인 폭도들에 의해 약탈당했으며 현행범으로 3000여명이 체포되었고 재산 피해액은 약 1억5000만 달러라고 추정했다.

자연재해나 사고로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정전사태는 그 무엇보다 두려운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블랙아웃 발생 후 몇시간 내로 개스공급이 중단되고 수돗물을 공급해주는 정수작업이 중단된다. 따라서 모든 식당이 영업을 할 수 없게되고 주유소 주유기도 전기가 없으면 작동을 할 수 없다.

블랙아웃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방송, 통신망, 공항, 항만 등 국가 기간시설들의 기능이 멈춰 국가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 미국의 학자들은 "블랙아웃이 태풍 수십개가 한꺼번에 강타하는 정도의 사회적 충격과 대공항보다 심각한 경제적 여파를 줄수 있다"고 말한다.

현대문명은 전기가 없으면 붕괴할 정도로 필수가 되었다. 오랜 기간 인류는 전기라는 것이 자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은 1752년 6월 물에 적신 연줄 끝에 금속 열쇠를 매달고 천둥치는 날 연을 띄우는 등 전기에 관한 광범위한 연구를 했다.

이후 1800년대초 많은 학자들이 전기와 자기를 통합하는 등 전기과학의 발전과 실용화에 이바지했다면 1800년대말에는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블라시 오토, 토머스 에디슨, 찰스 앨저넌 파슨스, 베르너 폰 지멘스, 조셉 스완, 니콜라 테슬라, 조지 웨스팅하우스 등의 발명가들에 의해 전기공학이 획기적 발전을 했다. 그들은 전기를 근대적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도구로 전환시켰다. 전기는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 워싱턴주 북부 벨링햄(Bellingham)시에 소재한 전기 박물관(Spark Museum of Electrical Invention)을 관람했다. 이 박물관에는 전기의 역사를 소개하고 18세기 전기실험실과 전기의 기초를 이해하게 하는 실험실이 전시돼 있다.

초기 라디오, 진공관, 전화기, 전신기, 정전기 기계 및 과학 장비가 포함 된 광범위한 전기용품도 전시하고 있다.

특별 전시품에는 타이타닉 라디오 실의 정확한 복제품, 옛날 라디오 오락을 체험할 수있는 1930년대 거실, 전기의 기초를 이해할 수 있는 18세기 실험실이 있다. 늘 우리 곁에 있어 고마움을 느끼지 못했던 전기를 이해할 수 있는 고마운 곳이었다.

1985년 벨링햄에 사는 조나선 윈터가 800개 이상의 라디오 세트 컬렉션으로 시작해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의 마케팅 임원이었던 존 젠킨스가 은퇴하고 공동 큐레이터가 되면서 초기 전기관련 발명품 등 희귀품을 소장한 명실상부한 전기박물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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