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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사목회'가 가는 길

내가 참여하는 모임 중 사목회라는 작은 단체가 있다. 회원은 8명이다. 그 가운데는 원불교 교무를 비롯해 불교 법사, 성공회 신부, 개신교 장로, 천주교 신자 등 다양한 종교적 배경이 있는 분들로 어찌 보면 작지만 큰 모임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뜻 보면 종교 간 갈등을 풀기 위한 무슨 '종교 평화회의' 같아 보이기도 하나 전혀 그런 성격은 아니다. 2007년부터인가, 뜻이 맞는 몇몇이 만나기 시작했던 모임이다. 만나고 나니 종교가 달랐으나 그 이유로 불편하기보다 오히려 더 친숙하게 느껴졌으며 사목회라는 이름도 매월 네 번째 목요일에 만난다는 매우 평범한 작명이었다.

사목회에 나가면서 얻은 소득은 매우 크다. 자기 종교를 지켜나가면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 관용은 매우 흥미롭고 필요한 덕목인 것도 한참 뒤에서야 깨닫는다. 자기와 같은 것, 자기와 친숙한 것은 다 좋은 것이고 자기와 다르거나 익숙하지 않은 것은 다 나쁜 것이라는 등식을 머리에 이고 살아온 우리들에게 세상은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소중한 학습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에는 끊임없이 분열하고 독립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통합하고 연대하려는 두 가지 흐름이 병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분열이 과거 잔재의 해체과정이라면 통합과 연대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작업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에서처럼 우리는 이 두 가지 흐름으로 해서 사회를 밑뿌리에서부터 흔드는 대변동 '서로 부딪치는 물결'을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본주의가 양극화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사이 나부터 살고 보자는 야만적 이기주의와 신고립주의는 세대와 계층 간, 인종과 국가 간의 간격을 벌리면서 산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진화하려는 통합과 연대의 물줄기도 거세다. 일반적으로 연대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기층 시민 간에 타협을 유도하거나 단결을 통해서 힘을 얻어내는 사회적 관계에서 출발했다.



통합과 통일이 좋기는 하나 어설픈 통합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도덕적 책임감을 높이고 서로 신뢰를 돈독히 할 수만 있다면 각자의 색깔을 살려가며 공통의 이익을 도모하는 연대가 더 나을 수가 있다. 논어에서도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 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는데 이는 맹목적으로 같아지는 것보다는 남의 의견을 잘 조화시켜 화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 준다.

최근 미주 한인 사회에서 활동해오던 진보, 개혁단체들 사이에서 다가올 평화체제를 준비한다며 각자 진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되 극우와 극좌가 아닌 모든 중도마저 포용하고 연대해나가자는 새로운 움직임이 태동되었다. 이와 때를 같이해 그동안 정치는 사라지고 정쟁만 난무하던 한국 정가에서도 극우를 배제한 진보, 중도 보수세력이 연대해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개혁입법을 만들어 보자며 지금까지 없었던 정치 실험을 시작했다.

사회가 성숙한다는 것은 동(同)의 유혹에서 벗어나 화(和)의 논리로 다가가는 것이다. 지금은 싸움보다는 대화, 대결보다는 상생, 전쟁보다는 평화, 그리고 편견과 무시보다는 관심과 인정이 필요한 시절이다. 정치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고 남북관계에서 더욱 그렇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이 중요한 시기에 우리가 정파의 이익이나 진영 간 다툼에 얽매인다면 통합의 문턱에 가보지도 못하고 다시 분열의 시대를 심화시키게 되고 말 것이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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