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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그것까지 참으시라는 하나님

지난주 세상의 모든 교회는 부활절로 분주했었다. 기쁨의 찬양과 예배를 드렸고 성도들은 부활의 소망 속에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다짐한 한주 였다.

성경에 나타난 예수 고난과 부활의 과정은 참담하다. 짧은 공생애 3년은 당시 종교지도자와 정치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기득권을 방해하는 저항 세력으로 비치면서 어록들은 죄목으로 병 고침의 은사나 베푼 기적들은 신성모독이나 율법침해의 증거들로 둔갑되었다. 인간적으로는 호산나 찬송하며 따르던 몽매한 그 많은 군중들이 하루아침에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지르는 돌변을 목격해야 하는 배신의 씁쓸함을 맛봐야 했고, 믿었던 제자들은 행여 불똥이 자신들에게 튈까 두려워 다 줄행랑치고 없는 속에 예수 홀로 지친 육신을 부여잡고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야만 했다. 처절하게 실패하고 무참하게 저주받는 한 갈릴리 청년의 하릴없는 일장춘몽의 말로를 보라며 사람들은 소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진리는 그것이 아니었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관중들이 일어날 그 시점에 하나님은 친히 어둠을 뚫고 새로운 제2막의 찬란한 광명을 예비하셨으니 바로 죽은 자의 부활이었다. 예수를 도구 삼아 부활이라는 신비를 통해 영원한 세계가 있음을 선보이셨던 것이다.

필자가 다니는 교회 파킹장에 한 쌍의 거위가 있다. 평소에는 눈에 띄는 행동이 없어 화단을 더럽히거나 파킹장 구석구석에 굵은 똥을 내갈기는 별로 반갑지 않는 손님으로 대접받는다. 그런데 요즘 그들 녀석들의 이야기가 화제다.



해마다 사순절 무렵부터 화단 한 모서리에 둥지를 트고 부활절을 전후해 새끼들을 부화시키는 행보가 5년 연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화두는 녀석의 회귀본능의 희안함이 아니라 사순절로 겹치는 3~4월의 춘풍혹한 속에 흐트러짐 없이 알을 품고 있는 그녀의 부복자세와 모성애다. 그러다 보니 그녀에게 매일 아침 음식과 물을 챙겨주는 팬이 생겼을 정도다.

부활절 아침 녀석은 6마리의 새끼를 부화시킨 뒤 화요일, 유유히 교회를 떠나 길 건너 연못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뒤 새끼들에게 어떻게 헤엄치며 먹이를 사냥하는 지를 가르치고 있다. 부화를 위해 미물조차 싶으니 부활을 위한 예수의 고통과 인내가 어떠했을까 싶다.

지난 21일 부활절 아침에 인도양의 조용한 섬나라 스리랑카의 교회 및 호텔 등 8곳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하여 300여 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하였다는 보도다. 불과 한 달 여전인 3월 15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도심의 이슬람 사원 두 곳에서도 총기로 무장한 괴한에 의해 49명의 시민이 희생양이 되었고 지난주 한국의 진주시에서 한 조현병자의 미친 칼부림에 12살짜리 어린이를 포함 여고생 등 5명이 목숨을 잃었다. 뭔가 악에게 세상이 휘둘리고 있는 안타까움이다.

신정론(神正論)은 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론임을 지난번 칼럼에 인용한 바 있다. 즉 하나님이 전능하시고 선하시다면 왜 세상에 이같은 테러, 고통, 참사와 아픔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변론이자 답변이다. 이 물음 속에는 과연 하나님이 계시기는 하며 그 같은 고통을 막으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기나 하냐? 하는 무신론의 의지와 정당성도 은연중에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신정론의 대답은 '계시다' 이다. 결코 팔이 짧거나 주무시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우리의 시간표와 하나님의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수 또한 잡히시던 밤에 '12명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로 아느냐'고 하셨지만 그는 결코 정죄의 칼을 빼지 않으셨다. 부활을 통한 인류구원이라는 하나님의 대업 속에는 참고 죽기까지 순종하는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조차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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