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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사람은 달라져야 산다

김종훈 / 편집국장
김종훈 / 편집국장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4/29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4/28 17:08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아 27일 맨해튼과 한국 비무장지대(DMZ)를 비롯 전 세계에서 평화 손잡기.인간 띠잇기 마당이 펼쳐졌다.

맨해튼 남.북 유엔대표부를 잇는 '평화 손잡기'에는 준비위원으로 440여 명이 이름을 올리고, 350여 명이 스스로 나오는 등 한 뜻으로 모여 뜨거웠다. 손잡기가 끝난 뒤 오랜만에 가슴이 뭉클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러 해 앞으로 되돌려보면 이런 일은 '빨갱이'라며 손가락질 받기 일쑤였고, 욕을 먹을 다짐을 하고 나서야 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적은 사람들만 모였는데 이제는 꽤나 마음이 열린 분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들이 한 구석에 몰린 듯한 느낌이다. 이 분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또 가슴이 찡하다. 이 분들은 어림잡아 이렇게 말씀한다.

"북한이 저지른 한국전쟁의 아픔을 겪지 않아 모르고, 잊었기에 허튼 짓을 한다." "북한 정권은 믿을 수 없다. 비핵화 안 한다." "문재인 정권은 북한에 한국을 갖다 바치려는 빨갱이.친북.좌파 정권이다." 듣다 보면 점점 더 거침 없는 말씀을 한다.

하긴 옛날엔 마음 편하게 이른바 '반정부'를 꾸지람하던 분들이 거꾸로 '독재타도.헌법수호'를 외치며 '반정부 투쟁'을 벌여야 할 노릇이니 답답하실 것 같다. '5.18'은 간첩들이 저질렀고, '세월호'는 '시체 장사'하는 것들인데 참 답답하리라. 그런데 어쩌겠나. 사람들이 달라져 '빨갱이들'이 많아졌다.

사람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지구는 아직 판판하고, 돌지 않는다. 아직도 왕에게 조아리며 힘들게 벌은 것을 빼앗기고, 이리저리 팔려 다니며 궂은일을 해야 한다. 원주민.흑인.아시안 등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고, 그래서 업신여김 당해 마땅하다. '계집'은 투표를 못하고, 하루 12시간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어 한 소리했다간 두들겨 맞고 목숨을 잃는다. 돈 없는 집 아이들은 키도 다 안 자랐는데 허리가 부러지게 일하고, 젊은이들은 앙갚음 할 일도 없는 곳에 끌려가 서로 싸우다 일찍 숨을 거두거나 다쳐서 비틀거리며 산다.

사람이 달라지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오늘도 이렇게 살았을 터이다. 그래서 달라져야 한다. 더 나은 길을 찾고, 새 것에 겁내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많고 적어서 다른 게 아니라 마음이 닫히고 열려 있어 다르다. 달라진 사람들은 '빨갱이'가 아니라 처음부터 마음을 닫지 않았거나 아니면 열은 까닭이다. 정권들은 못마땅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평화를 외쳐야 한다. 한국전쟁을 잊어서가 아니라 그 아픔을 안다면 더 외치며 손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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