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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오정현 목사는 '욥'인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5/0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4/30 20:42

지난주 한국 대법원이 서울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위임결의가 '무효'라고 최종 판결했다. <본지 4월30일자 A-22면>

이후 오 목사는 공교롭게도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 지역 남가주사랑의교회에서 곧바로 주일 설교(4월 28일)를 했다. 사랑의교회 핵심 프로그램인 '제자 훈련' 세미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남가주사랑의교회는 오 목사가 이전에 시무했던 곳인데다, 판결 직후 첫 설교라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궁금했다.

오 목사는 성경 속 '고난'의 대명사 욥을 토대로 설교 제목(착한 사람이 왜 고난 받는가·욥기 23:10)을 정했다. 들어보니 그는 자신의 처지를 욥에 비유한 듯 싶었다.

오 목사는 설교의 결론으로 그간 한국 사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언급한다.

순서대로 요약하면 ▶(한국으로 간 뒤) 처음 6년은 승승장구 ▶한 주에 성인 신자만 2000명 등록한 적 있음 ▶그게 끝이면 좋겠지만 곧 목양적 위기에 처함 ▶교인 수에 비해 예배당 크기가 작아 교인 99% 찬성으로 건축 결정 ▶6년간 죽을 고생하면서 예배당 건축 ▶곤란한 과정을 거치면서 하나님이 어떻게 마무리하실까 생각함 ▶지난달 재신임 투표에서 교인의 96.4% 지지 얻음 ▶6월 1일 새 예배당 헌당 일정 등을 언급하며 고난(?)의 과정을 욥의 고난과 비유해 설명했다.

설교를 듣던 교인들은 박수로 반응했다. 그는 일련의 과정에서 얻은 것을 '고난 자본'이라 표현했다. 오 목사는 그 결과로 "제자 훈련이 살고, 교회가 살고, 한국 교회도 살았다"며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나님의 일을 끝내게 하셨다"고 했다.

일화도 소개했다. 최근 한국 사랑의교회도 제자 훈련 세미나를 한 모양이다. 그는 함께 있던 목회자들에게 세미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원인을 물었는데, 어떤 목사가 그 이유를 딱 한마디로 답했다고 한다.

"목사님, 96.4%".

그러면서 오 목사는 "하나님의 방식은 신비한 십자가의 은혜를 깨닫게 한다"며 "한국 교회 특징은 '고난을 이기는 교회'다. 고난 자본을 갖고 은혜의 무한 질주를 하길 바란다"며 설교를 마쳤다.

그동안 각종 논란으로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인물치고는, 마치 욥처럼 온갖 역경을 이겨낸 듯한 그의 설교에 고개가 갸웃한다. 심지어 법원 판결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니 "사회법 위에 도덕법 있고, 도덕법 위에 영적 제사법 있다"던 그의 과거 발언이 다시 한 번 떠오른다.

한인 교인들은 그 설교를 듣고 '욥=오정현'을 머릿속에 새겼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설교에 '나'를 투영해 이민 생활 속에 희망 또는 위안을 삼았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교계는 상당히 넓은 영역이다. 오 목사가 자랑한 '96.4%'의 수치가 과연 그들만의 울타리 너머에까지 해당할지는 의문이다.

교계와 사회를 향해 눈과 귀를 닫기로 작심 한 건지, 정말 그간의 고난으로 여럿 살렸다고 굳게 믿는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욥은 고난을 통한 단련이 "순금 같이 나오기 위함"이라고 고백했다. 그동안 계속됐던 논란을 살펴 보면 과연 오 목사와 사랑의교회가 순금이 된 것인지, 그들을 가슴 아프게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이 순금이 됐을지는 모르겠다.

도대체 누가 욥이란 말인가. 적어도 오 목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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