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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마왕의 세 딸들

[LA중앙일보] 발행 2008/10/22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08/10/21 17:45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불경기가 되면 부정적인 요소들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호황기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여러 악덕들이 새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지난 역사를 봐도 이런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로마가 융성한 시기에는 귀족들의 사치가 '찬란한 상류문화 번성'으로 여겨졌지만 로마 쇠퇴기에 귀족들의 행태는 로마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악행으로 비난 받았다.

부자들이 돈을 흥청망청 뿌리는 것도 호시절에는 '여유있는 씀씀이' 정도로 용서가 된다. 그러나 불황기에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지탄의 대상이 된다.

최근 금융위기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월스트리트의 '탐욕'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경제의 기본원칙을 무시하고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돈만을 좇는 세태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탐욕'이 커지면서 노동의 성취감은 낙후된 사고로 전락해 버렸고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시대가 됐다. 일에 대한 보람은 사라진 지 오래고 탐욕만 난무하고 있다.

탐욕은 더 나아가 '쾌락'의 세상을 만든다. 쾌락은 성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물질에도 작용한다.

세계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미국은 지구촌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약 25%를 사용하고 있다. 재화가 미국에 집중됐다는 것은 세계 한편에 재화가 부족한 지역이 반드시 있다는 것을 뜻한다.

적절한 양의 재화는 생활의 편리를 가져오지만 과할 경우에는 무절제를 초래한다. 생활의 편리는 이성의 영역이지만 무절제는 쾌락의 영역이다. '가치가 있는 것은 언제나 첫 술병뿐이다'라는 프랑스의 속담처럼 무절제는 숙취의 고통을 남기기 마련이다.

미국은 물질의 쾌락이 주는 유혹에 빠져 많은 것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을 지탱해 왔던 원칙과 가치관이 사라지면서 '도덕적 해이'를 겪고 있다.

미국과 같은 불황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얼마전 이른 바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사회에 '불만'을 품은 30대 남성이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출구로 뛰쳐 나오는 10여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6명이 희생됐다. 그 남성은 '세상이 날 무시해 살기 싫다'며 자신의 불만을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방법으로 분출시켰다.

일본에서는 이유없이 사람들을 해치는 것을 '거리 악마의 살인'이라고 한다. 이런 종류의 살인은 경제가 악화되면서 더욱 늘어나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경제불황이 심화되면서 탐욕 쾌락 불만 등의 악덕이 이제까지 사회를 지켜온 미덕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부처가 성불하기 위해 보리수 아래 명상할 때의 이야기다.

마왕 파순이 부처의 성불을 막으려고 이른 바 '세 가지 시험'을 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위협하기도 했고 성불이 부질없는 일이라고 설득하기도 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파순은 마지막 수단으로 3명의 딸을 데리고 와서 부처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파순의 세 딸은 남자를 유혹하는 32가지 방법으로 구도를 방해했지만 부처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이들을 거침없이 물리쳤다.

세 딸의 이름은 무엇이었을까. 인류의 성인인 부처가 수행하는 것을 막는 용서받지 못할 악행을 저지렀으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이름들이 붙여졌을 것이 당연하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라 딸들의 이름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세 딸의 이름이 갖는 뜻은 '탐욕' '쾌락' '불만'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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