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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칼럼] 게임의 2차 저작권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5/01 미주판 7면 기사입력 2019/05/01 14:06

‘더 위쳐(The Witcher)’라는 세계적인 인기 게임 시리즈가 있다. 특이하게도 게임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폴란드에서 만들어졌는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적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게임은 폴란드 안제이 사프코프스키가 쓴 같은 이름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제작되었다.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 캐릭터, 그리고 폴란드와 동유럽의 전설을 모티브로 한 독특한 설정 등이 게임의 흥행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게임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원저작자와 게임 회사 간에 저작권 분쟁이 일어났다. 게임사 CD프로젝트는 사프코프스키에게 9,500달러 원작료를 주고 저작권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원작자가 갑자기 이 저작권 계약에 문제가 있다면서 천육백만 달러를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사프코프스키의 주장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표준 저작권 계약은 5~15%의 저작권료가 규정되어 있는데 자신의 저작권료는 여기에 비추어 너무 낮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CD프로젝트와의 계약은 시리즈1에 해당하는 것이며
후속 시리즈에 대한 원작 저작권 계약은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CD프로젝트와 사프코프스키 법적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기존 계약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세부 사항을 규정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데 이 분쟁이 타협에 이르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게임이 사라질까? 그럴 가능성은 작다. 유효한 계약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데다 ‘더 위쳐’ 게임 시리즈가 2차 저작물로서 독자적인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더 위쳐’ 게임 시리즈는 원작 소설에 의존하고 있기에 전적으로 독창적인 창작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게임으로서의 창작 과정을 거친 만들어진 별도의 저작물이기에 독자적 저작권을 부여 받는다. 이를 2차 저작물이라고 한다. 저작권법은 원저작물을 여러 형태로 가공하여 작성한 창작물을 독자적 저작물로 보호하고 있다.

만약 어떤 영화사가 ‘더 위쳐’ 게임 시리즈의 영상, 음향 등 시각적 요소를 중요하게 여겨 소설 ‘더 위쳐’가 아닌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스토리가 반영된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면 누구와 계약을 해야 할까? 사전에 정한 바가 없으면 원작자 사프코프스키와 2차 저작권자 CD프로젝트 둘 다와 계약해야 한다. ‘더 위쳐’ 게임이 별도의 2차 저작권을 행사하지만, 원작의 저작권이 여전히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계약이 성사되어 영화가 만들어지면 이 영화는 2차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영화도 원작을 가공하여 창조된 별도의 저작물로 2차 저작권을 부여 받는다. 다만 이때 원작자가 둘이 된다.

‘더 위쳐’ 게임 시리즈를 둘러싼 원작자와 게임 회사의 갈등은 협상으로 중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적으로는 CD프로젝트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분쟁이 길어지면 기업 이미지 실추와 주가 하락 등의 부작용이 뒤따를 수도 있다. 원작자의 공이 있는 만큼 적절히 예우하는 게 손해라고는 할 수 없다. 원작자 역시 기존 계약을 뒤엎자고 계속 주장할 명분이 약하다. 여론의 부담도 느끼는 만큼 적절한 타협이 예측된다.

장준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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