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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얼마전 규모 6.1의 지진이 필리핀을 강타했다. 이틀 후 다시 6.3의 강진이 연속으로 섬나라 필리핀을 흔들었고, 사상자도 많이 발생했다.

지진이나 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의 크기로 발생할지를 미리 예측하는 것은 아직도 현대 과학으로 불가능하다. 개는 지진의 전조를 느끼면 갑자기 짖어대며 사나워 지고, 고양이는 몸을 떨면서 나무 위로 올라간다고 한다.

중국 쓰촨성에서 규모 8.0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개구리와 두꺼비떼 수십만 마리가 지진 발생 며칠 전부터 지표면으로 나와 이동하는 것이 목격되었다. 지진 발생 전 동물들이 먼저 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동물이 인간에 비해 변화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변화를 싫어하는 것은 본능적으로 변화에 둔감하기 때문일까.

2000년을 목전에 두었을 때였다. 내가 근무했던 직장에선 모든 간부들에게 영어로 쓰여진 얇은 책을 한 권씩 나누어 주면서 독후감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 책 이름이 'Who Moved My Cheese?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였다. 기업 컨설팅 전문가인 스펜서 존슨 박사가 쓴 베스트셀러였다. 창고에 보관된 '치즈'에 대한 우화를 통해 현대인은 나날이 변화해 가는 환경에 대해 무엇을 지향하며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제시하면서 환경의 변화를 생생하게 펼쳐가는 단편소설 형식의 작품이었다.



이 책에서 '치즈'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추구하는 안정된 직업, 사업성공, 재물, 자식교육, 좋은 집, 건강, 명예, 친구관계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인간은 자기 자신만이 꿈꾸고 있는 '치즈'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것을 얻으려고 열심히 살아간다. 거기에서 행복, 만족,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변화를 우리가 어떤 자세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 주고 있다.

변화는 파도처럼 항상 밀려온다. 따라서 다음 변화를 예상해야 한다. 변화는 치즈를 계속 옮겨 놓는다. 치즈는 시간과 비례하여 상한다. 자주 냄새를 맡으며 관리해야 한다. 치즈의 증감도 감지해야 한다. 치즈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면 과거, 현재에 대한 미련을 빨리 털고, 새 치즈를 찾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시간에 따라 치즈도 변하지만 우리 자신도 변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항상 변화를 받아들이고 즐겨야 한다. 사실상 우리 이민자들은 변화를 싫어했다면 낯설고 말(言)설은 먼 미국땅으로 건너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형 선박들은 파도를 넘을 때 항상 파도 모양대로 휘어지도록 설계되었다. 파도의 정점을 넘을 땐, 배의 양끝(선수와 선미)이 아래로 휘어지고, 배가 파도와 파도 사이에 걸쳐 있을 땐, 양끝은 위로 휘어진다. 해운 용어로 파고에서 양끝이 내려가는 현상을 '하깅(Hogging)', 파저에서 양끝이 위로 휘는 현상을 '새깅(Sagging)'이라 한다. 항해에서 하깅과 새깅이 반복되지 않으면 선박은 허리가 부러지고 침몰하고 만다.

인생의 항로에도 크고 작은 환경의 변화가 파도처럼 계속 몰려온다. 매순간 밀려오는 환경의 저항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삶은 좌우로, 앞뒤로, 상하로 흔들리며 살아간다. 시간의 흐름과 시대의 변화, 체력의 노화에는 정지가 없다.

과거 잘나가던 때 명예와 자존심, 체면 같은 건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내려놓자. 입에 맞는 고급 치즈만 고집할 게 아니라 미래의 내 형편과 몸에 맞는 치즈를 찾아 빠르게 변해 보자.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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