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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하얀 원피스의 적

[LA중앙일보] 발행 2019/05/03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5/02 21:01

"정치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고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털어놨다. 2일 사회원로 초청 자리에서다. 최근 한국 국회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싸고 난장판을 벌였다. 그 꼴을 보고 당을 즉각 해산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건수가 2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서로에게 '죽일 놈'이자, 가까이하기엔 너무 부끄러운 당신이다.

풍성한 햇살, 따뜻한 반짝임. 결혼식 하면 5월이 최고다. 한국에서 한 결혼정보회사가 결혼식 참석 예절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밝혔다. 환영받지 못하는 '민폐 하객'은? 신랑·신부 험담하는 사람, 축의금 적게 내는 사람, 참석도 안 하고 바로 밥 먹으러 가는 사람 등이 올랐다.

가장 싫다고 답한 하객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온 여성이었다. 여성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2%가 싫어했다. 돋보이고 홀로 주목받아야 하는 신부 입장에서 하얀 원피스의 여성 하객은 밉상이다. 가수 이광조 노랫말마따나 "아! 당신은, 당신은 누구시길래~ 잊으려하면 할수록 '열받음'이~" 더욱 더한 것이다.

이른바 '가까이하기엔 너무 ( ) 당신' 현상이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라. 괄호 안 들어갈 형용사들이 주르륵 보인다. 얄미운, 부끄러운, 아니꼬운, 피곤한, 무식한, 천박한, 치사한 등등 다양하다. 여기에 사회적 동물의 생태적 비애가 있다. '당신'은 나와 한 공간에서 한 솥 밥을 먹고 지내야 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점이다.

'하얀 원피스' 족속은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우선, 끊임없이 본인을 입증하려 든다. 표면상 보기 좋은 결과에 집착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가장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삶을 보는 시각이 좁아질 뿐이다. '지금 당장'의 문제만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정작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은 잃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둘째, 모든 일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상대방이 가볍게 던진 말을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상대는 조언·권유의 수준에서 말을 했는데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항상 자신이 옳다고 자기도취에 빠져있어 상대의 말을 지나치게 의식, 상처받고 실망한다.

셋째,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항상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말만 쏟아낸다. 듣는 사람도 처음엔 동조하다가 지친다. 괜히 피곤해 진다.

넷째, 자신을 항상 피해자, 희생자의 입장에 둔다. 잘못은 다른 사람이 저지르고 나만 피해 본다고 외친다. 과거의 안 좋은 경험을 통해 상처가 생긴 사람일수록,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하고 지휘하지 못한다.

누구나 이들 '가까이하기엔 너무' 부류와 연결 줄을 동강동강 다 끊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관계란 양쪽이 줄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인간 관계 호불호의 모든 사태는 '상황'에서 벌어진다. 하얀 원피스의 하객은 내심 친구의 좋은 날에 정성스럽게 차림을 갖추고 참석했을 뿐일 수도 있다. 문제는 1인칭 단일 시선만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상황이란 기본적으로 위, 아래, 앞, 뒤 4군데 꼭짓점을 찍어봐야 입체적으로 튀어나온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엇갈리는 시선의 교집합 속에 '관계의 현명함'이 들어있다. "하얀 원피스한테 빨간 페인트 확 뿌려!" 하고 싶지만, 뿌리는 순간 나의 흰색 드레스도 핏물 튀지 않을 수 없다.

가까이하기엔 너무한 '당신'은 언제든 '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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