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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사회 공포증

[LA중앙일보] 발행 2008/10/23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08/10/22 17:06

정유석/정신과 전문의

정신과학계에서는 1960년대부터 대인 관계가 있을 때만 유난히 불안과 공포가 발생하는 환자들이 있음을 주목했다. 결국 이런 환자들을 미국 정신과 학회가 따로 분류해 '사회공포증'이란 병명으로 구분한 것은 불과 30년 전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런 환자들에 대해서는 이미 2500년 전 의학의 시조로 알려진 히포크라테스가 "수줍고 불안하며 겁이 많아서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한 환자의 행동을 기록해 두었다.

찰스 다윈도 아주 수줍은 남자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발생한 일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적어 놓았다. 그는 당시 부끄러울 때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을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규명하던 중이었다.

축하객들 앞에서 주인공은 답사를 하려 했지만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당황해서 붉어진 얼굴로 그는 입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지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머뭇거리며 주로 손동작과 몸짓으로 감사를 표했다.

사태를 알아차린 하객들은 그의 제스처가 끝날 때마다 마치 그의 연설에 열광한 듯 힘차게 박수를 쳐주었다. 다윈은 나중에 주인공이 한 친구에게 자기가 연설을 무척 잘 한 것 같다고 이야기한 말을 들었다.

유전적인 요소로 해서 유난히 수줍음을 타고나는 사람이 있다. 하버드 대학의 한 심리학자의 관찰에 의하면 태어난 지 8주가 되면 이런 성격을 지닌 유아를 가려낼 수 있다고 한다. 대체로 5명중 한 명의 아기는 조용하고 수동적이며 새로운 것을 기피하고 두려워한다.

한편 나머지 아기들은 시끄럽고 낯모르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고 전에 보지 못한 물건을 손아귀에 쥐려고 한다. 수줍어하던 아이들도 7살까지 자라면서 이들 중 약 70%가 정상적인 아이들과 다름없이 성장한다. 그러나 나머지 아이들은 점점 더 조용하고 수동적으로 된다.

이런 아이들이 학령기가 되어 학교에 가면 문제가 나타난다. 이들은 부모나 형제들과 대화하거나 사적인 장소에서 친구들과 떠들고 노는 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이런 멀쩡한 아이가 일단 클래스에 들어서면 유구무언이 되어 선생님들의 애를 태운다. 이런 상태를 '선택적 침묵증(Selective Mutism)'이라고 부른다. 아동기에 나타나는 가장 심한 사회공포증으로 볼 수 있는데 전체 아동 중 약 1%에서 발생한다.

이 병은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은데 수줍음이나 수동적인 태도는 여자들에게 미덕이 되기 때문에 병으로 보지 않을 뿐이다.

고인이 되었지만 영국의 다이애나 공주는 실제로는 사생활이 난잡했고 거식증 자기 신체 상해 같은 병적 여인이었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에게는 살짝 미소를 띄우면서 부끄러움을 타는 모습이 강렬하게 각인돼 그녀는 크나큰 인기를 끌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Shy Di'란 애칭을 얻었다.

반면 현대 사회에서 남자가 지나치게 부끄러움을 타는 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남들까지 거북하게 만들어 지장을 줄 수 있다. 회사 직원으로 10년이 넘게 근무한 한 신참 과장은 일과 후 회식 모임에서 상사에게 술을 따르다가 조금 술을 엎지른 적이 있었다.

그 후부터 그는 상사나 동료들이 모두 자기가 보통 때 너무 술을 마셔 수전증이 생긴 것으로 보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래서 자연히 회식이 있을 때마다 자리를 피해 외톨이가 되고 말았다.

이민사회에선 이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 사회공포증은 정신과 치료의 영역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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