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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기초소득제' 공약에 주목하는 이유

임상환 / 사회부 부장·OC 선임담당
임상환 / 사회부 부장·OC 선임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5/06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5/04 20:58

앤드루 양이란 인물이 있다. 뉴욕 주에 사는 양은 올해 44세인 대만계 2세로 20명에 달하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중 한 명이다. 브라운대,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온 양은 GMAT 시험 준비 학원을 운영하다 유명 교육사업체에 매각한, 나름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다.

현실 세계에선 그를 아는 이보다 모르는 이가 훨씬 많다. 그러나 사이버 세상의 양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그는 올해 1분기까지 8만 명에게 총 17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양의 핵심 공약은 '기초소득(Universal Basic Income)'제다. 모든 18세 이상 시민권자에게 매달 1000달러씩 지급하고, 푸드 스탬프와 같은 웰페어 수혜자는 월 1000달러 또는 웰페어 수령 중 택일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 발전으로 향후 12년 동안 미국인 근로자 3명 중 1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기초소득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양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가진 대담에서 자율주행차량 기술이 상용화되면 가장 먼저 실직할 이들이 장거리 트럭 운전사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평균적인 장거리 트럭 운전사가 40대 중반 나이의 고졸 학력자라며 정부가 재교육을 실시해도 이들이 재취업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행자에게 "당신이 사장이라면 컴퓨터 프로그래밍 재교육을 받은 40대 중반 고졸자를 뽑겠는가,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20대 전공자를 뽑겠는가"라고 물었다. 양의 기초소득 공약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는 이유가 바로 이 질문에 담겨 있다.

양은 기초소득제 실시 재원 마련 방법에 대해서도 나름 구체적 처방을 제시했다. 기존 웰페어 프로그램 일부를 통합하고 부가가치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웰페어보다 현금 1000달러를 선호하는 이가 많을 테니 웰페어 비용을 꽤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업무자동화로 이익을 보는 회사들의 서비스, 예를 들어 아마존 상거래, 구글 서치, 자율주행 트럭의 마일리지 등에 부가가치세를 조금씩 매겨 업무 자동화의 과실을 미국인들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역설한다.

양은 기초소득제를 시행하면 경제 규모가 커져 5000억~6000억 달러의 세수가 창출되고 국민소득이 늘면 헬스케어, 교도소 운영, 홈리스 서비스 등에 쓰이는 예산 1조 달러 중 1000~2000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방법들로 기초소득제에 필요한 연 1조8000달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의 공약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아직까지 드물다. 그러나 양은 최근 진보적인 CNN은 물론 보수 성향 폭스 TV에도 출연하는 등 대중과의 접촉 면을 늘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22일 양의 LA집회엔 20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기자가 양을 주목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그는 과거나 현재보단 미래를 지향한다. 둘째,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실용적인 해법을 추구한다. 그의 유튜브 영상을 몇 개 시청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셋째, 좀처럼 보기 힘든 아시아계 대선 예비후보인 그의 선전을 팔이 안으로 굽는 마음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그는 당내 경선의 들러리가 아닌, 감칠맛 나는 양념으로 부각될 충분한 잠재력을 지녔다.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자"는 양의 메시지가 얼마나 많은 이의 마음에 울려퍼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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