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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눈 많이 내리는 '웅장한 흰산'

[LA중앙일보] 발행 2019/05/08 미주판 26면 기사입력 2019/05/07 20:31

워싱턴주 베이커산

벨링햄에서 바라본 베이커산. 날씨가 흐리면 푸른 빛을 띠기도 하고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받아 붉게 보이기도 한다. 올려다 보는 거리에 따라 마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벨링햄에서 바라본 베이커산. 날씨가 흐리면 푸른 빛을 띠기도 하고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받아 붉게 보이기도 한다. 올려다 보는 거리에 따라 마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내가 산에 가는 것은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영혼을 찾는 행위였다

어릴 때 꿈으로 그리던 세상을 향해 내 순수의 시간과 영혼을 묻어두고

그 잘난 육신만 추슬러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비행기도 타고

꿈으로 그리던 그곳을 향해 기를 쓰고 다가갔지만

아! 그 게 아니었음을 깨닫자 묻어두고 온 영혼을 찾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

이덕호 시




5번 프리웨이 오리건과 워싱턴주 구간을 달리다보면 만년설의 고봉들이 나타난다. 특히 시애틀 지역 멀리서도 보이는 레이니어산(Mount Rainier)은 사방에서 우리를 내려 보듯이 우뚝 솟아 있다. 달밤의 레이니어산은 신비해 보였다.

해안가를 따라 워싱턴주 북부로 올라가면 캐나다 국경을 접하고 베이커산(Mount Baker)이 마치 레이니어산을 흉내 내려는 듯 솟아 있다. 날씨가 흐리면 푸른 빛을 띠기도 하고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받아 붉게 물들기도 하는데 올려다 보는 각도에 따라, 기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밝은 달밤의 베이커산은 영험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워싱턴주 버치베이에 머물며 캐나다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지인은 한국에서 잘나가던 방송국 드라마 감독이었다. 그는 복잡다단한 고국생활을 뒤로 하고 산과 들, 꽃과 새가 있는 자연에 싸인 캐나다로 이민왔다. 하지만 그는 만만치 않은 이민생활에서 오는 중압감을 벗어던지려는 듯 매주 산행을 하고 있다.

그는 산행으로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욕망과 권태를 떨구며 무아의 세계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매일 아침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베이커산을 마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지인이 국경을 넘어와 베이커산을 안내했다.

이 곳은 한 여름에만 도로가 개방된다. 더구나 일기가 고르지 않아 산을 찾아도 산을 볼 수 있는 날은 일년에 한달도 안된다고 한다.

겨울에는 스키장이 개방되고 겨울등산 장비을 갖추면 산에 접근할 수 있다지만 만만치 않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막 가을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한 맑고 밝은 베이커산이 우리 일행을 맞았다.

베이커산은 케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s)의 봉우리다. 케스케이드 산맥은 알래스카 해안에서 시작되는 산맥의 가지로 밴쿠버 인근의 가리발디산(Mt. Garibaldi)에서부터 미국의 베이커와 레이니어산, 세인트 헬렌산(Mt. St. Helens)을 지나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진다. 베이커산은 이 산맥의 북서단에 위치해 있다.

워싱턴주 벨링햄(Bellingham)시에서 동쪽으로 약 31 마일 떨어진 베이커산은 높이가 1만781피트다. 레이니어산과 베이커산은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Range volcanoes)중에서 가장 두껍고 많은 빙하로 덮여 있다. 특히 베이커산은 세계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곳 중 하나다. 1999년 마운트 베이커 스키장에 내린 눈은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인디언들은 '웅장한 흰산(Koma Kulshan)'이라 부르며 수천년 동안 베이커산에 의지해 살았다. 1790년 743개의 섬들이 떠 있는 시애틀 앞 바다를 탐험하던 스페인 탐험가 곤잘로 로페스 데 하로(Gonzalo Lopez de Haro)가 선상에서 베이커산을 보고 처음 지도에 그려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영국 탐험가 조지 밴쿠버(George Vancouver)는 1792년에 태평양 북서부 해안에 도착했다. 후안 데 후카(Juan de Fuca)해협의 남쪽 해안에 정박하는 동안 조지 밴쿠버의 부하인 조셉 베이커(Joseph Baker)중위가 베이커산을 관찰하고 베이커산이라 이름을 붙였다.

1868년 8월 17일 영국인 에드먼드 콜맨 외 3명이 최초로 산정상을 정복했다. 이 지역의 무분별한 개발과 자연 훼손이 심각해지자 1984년 연방정부가 나서서 삼림 보호 지역으로 지정했다.

워싱턴주 542번 국도를 타고 동쪽으로 베이커산을 향하는 경치는 절경이다.

산행 출발점인 아티스트 포인트는 주차 공간이 넓다. 주말에 날씨가 맑아서인지 주차장은 만원이었다.

9000여 피트 높이의 셕산(shuksan)산이 펼쳐져 있고 맞은 편에 베이커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웅장한 모습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지인은 베이커산의 여러 트레일 코스를 섭렵했는데 초보자도 쉽게 산행 할 수있고 풍경이 뛰어난 타미간 릿지 트레일(Ptarmigan Ridge Trail)을 추천했다.

'산에는 마음이 있어 산 사나이의 보금자리 너 없이 못사는 사람은요 산 사나이 뿐이라오….'

산길을 걸으며 학창시절 산악캠핑을 하며 친구들과 불렀던 산노래가 흥얼거려졌다. 땀흘린 산행은 고단했던 삶의 흔적들을 투명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했다.
쉐넌호수에 비친 9000여 피트 높이의 셕산 마운틴 풍경. 542번 선상에서 베이커산을 가운데 두고 건너편 20번 하이웨이에서 베이커 호숫길로 들어가면 쉐넌호수와 베이커호수를 만난다.

쉐넌호수에 비친 9000여 피트 높이의 셕산 마운틴 풍경. 542번 선상에서 베이커산을 가운데 두고 건너편 20번 하이웨이에서 베이커 호숫길로 들어가면 쉐넌호수와 베이커호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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