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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비익연리, 해로동혈 (比翼連理, 偕老同穴)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는 사랑의 극치를 말한 비익연리.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 나오는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이야기다.

비익조는 상상의 새지만, 연리지는 숲이 우거진 곳에서는 가끔씩 본다.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둥치나 가지가 붙어서 상통하는 한 나무가 되었다. 두 나무의 특성은 그대로 있으면서, 생살을 찢고 피를 흘리기 전에는 가를 수 없는 한 나무다. 겉보기에는 한 나무인데 한쪽에서는 붉은 꽃을 다른 쪽에서는 흰 꽃을 피우기도 한다. 연리지가 되면 물론 각각의 한 나무일 때보다 상호보완으로 생장력도 더 강해진다.

연리지는 아무리 영혼을 불태우는 아름다운 사랑이라도 불꽃이 순간에 그친다면 이에 미치지 못한다. 세월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섣불리 대적할 수 없는 절대적인 명제를 뛰어넘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은 금슬이 좋은 장년이상의 부부를 뜻한다.

부부 금슬이 좋은 뜻으로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는 말도 있다. 살아서는 함께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말이다. 아마도 평범한 보통사람들에게는 누구나 부러워할 이생 최고의 아름다움이리라.



언젠가 TV에서 노부부가 짝을 지어 한 사람이 주어진 낱말을 설명하면 다른 사람이 맞추는 게임을 했다. 할머니가 맞추어야 할 낱말은 '천생연분'이었다. 퀴즈를 받아든 할아버지는 이리 저리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할머니가 알아맞추지 못하자 "그거. 응? 우리 같은 거 있잖아. 그걸 뭐라고 하냐구?" 할머니는 알았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웬수"라고 대답했다. 방청석이나 진행자가 넘어갈 듯 웃어제꼈다. 할아버지는 난감한 표정을 거두고 "아니 그런거 말고, 우리처럼 오래 오래 네 자로 된거 있잖아?" 곧바로 나온 할머니의 총알 대답은 모두를 눈물까지 흘리며 웃게 만들었다. 대답은 '평생 웬수'였다.

암수가 한 쪽 눈과 한 쪽 날개만 있다는 비익조는 함께 날아야만 비상할 수 있다. 완벽한 공조를 이루지 않으면 날다가도 떨어지고 만다. 비익조는 사랑의 극치로, 한 눈을 감고 한 팔을 접고, 숨결조차 같이하는 완벽한 합일을 이룰 때, 결국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진리를 말해 준다.

짧은 인생길이다. 천생연분으로 해로동혈할 사이를 평생 웬수라 부르며 길지 않을 남은 날들을 허비해야 할까? 연못이 가슴 가득히 안고 있는 진흙탕에서 연꽃을 피워올리듯 비익연리로 천상의 열락을 누릴 홍복을 만들어보는 일은 어떨까? 가정의 달에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민유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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