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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일왕인가, 천황인가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김택규 / 국제타임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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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중앙일보] 발행 2019/05/14 미주판 21면 입력 2019/05/13 19:28

5월 초, 나루히토 천황(天皇)이 즉위함으로 일본의 레이와(令和)시대가 개막되었다. 그때 이낙연 국무총리가 소셜미디어에 퇴임하는 아키히토와 즉위하는 나루히토에게 '천황'이라고 호칭했다. 이에 대하여 찬반의 글들이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모두 '천황'을 '일왕(日王)'이라고 호칭했다. 그런데 전후 3세대 천황인 나루히토에 대해서도 계속 일왕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

호칭은 대인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동양문화권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상대방을 부를 때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대체로 직함이나 합당한 존칭을 붙여 부른다. 아무게 회장님, 사장님, 총장님, 박사님, 선생님 등. 만일 대학교 총장님에게 '아무개씨'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결례가 될 수 있다.

국가 원수의 호칭은 더욱 중요하다. 각국의 수반들은 각기 그 존칭이 다른 경우가 많다. 한국 언론매체들은 이들 외국 원수들 호칭을 쓸 때, 그 나라에서 사용하는 호칭 그대로 부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중국 시 주석, 대만 차이잉원 총통, 러시아 제국의 황제 '짜르', 이슬람권의 수장 '술탄' 등 그들의 호칭을 그대로 사용한다. 북한의 3대 세습독재자에게도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호칭한다.

그런데 특이하게, 일본 국가 원수만은 그들이 사용하는 '덴노(천황·天皇)'가 아니라, '일왕'이라고 호칭한다. 하지만, 일본에는 일왕이란 직함은 현재 없다. 일본 내에 존재하지도 않고, 일본인들도 사용하지 않는 일왕이란 용어를 한국에서는 왜 사용하는 것일까?

과거사의 족쇄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지 벌써 74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과거사에 매달려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을 국빈 방문하였다. 첫날, 궁성에서 아키히토 천황을 만났다. 만찬장에서 DJ는 당시 황태자 나루히토 부부를 가리키며 이런 덕담을 건넸다. "덴노헤이카(천황폐하), 황태자 부부는 보기에도 참 아름다운 커플입니다." 천황에게 최대 존칭의 수사를 사용한 것이다. DJ가 일본 천황에게 아부적 말을 한 것인가? 아니다. DJ는 상대국 수반과 국민에 대하여 '예의'를 지킨 것이다. 그는 용일(用日)의 방법을 알았다. DJ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런 설명을 달았다. "외교가 상대를 살피는 것이라면 상대국민이 원하는 대로 호칭하는 게 마땅하다. 우리가 고쳐서 부르며 상대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

중국과 대만은 이미 천황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영어권에서는 황제(Emperor)로 호칭하고 있다. 왜 한국만이 일왕이라는 비하적 칭호를 쓰고 있는가?

한국에서는 자라나는 2세들에게, 학교에서 일본에 대하여 '일본은 원수'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반일 감정을 정치권이 부추기면서 이용하고 있다.

한일관계, 이대로는 안 된다. 북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경제 등 각 분야에서 한미일은 국제무대에서 '3각 공조'를 이룩해야 한다.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현 정권은 DJ의 그 국제적 안목과 일본에 대한 폭넓은 용일(用日) 자세를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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