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 Angeles

122.°

2019.10.15(Tue)

[기자의 눈] 입양인의 눈망울

김형재 / 사회부 차장
김형재 / 사회부 차장 

[LA중앙일보] 발행 2019/05/1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5/15 18:44

이민자 중 한 사람으로 살 때 종종 되묻곤 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답시고 이 길을 택했나…' 답은 없다. 근데 외로움이라는 파도에 휩쓸릴 때면 묻고 또 묻는다. "반경 1만km(6000mile) 안에 내 피붙이 하나 없다"는 말을 반박할 수 없기에 고독과 서러움도 밀려온다. 한인 이민역사 116년, 혈혈단신 미국 땅을 밟은 이민 선조 때부터 오늘날 남 부러울 것 없는 유학생까지 타국 살이 숙명이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말처럼 존재론적 반문과 사유에 빠지다 보면, 삶을 진중하게 바라보는 장점은 갖춘다.

여기까지 공감하면 '뿌리'는 확실히 간직한 이민자다. 내가 뉘 집 자식이고 고향은 어디인지, 미국에서 태어난(날) 아들·딸이 기억하도록 채근할 테다.

한인 입양인, 뿌리마저 기억할 수 없는 동포는 말이 없다. 자발적 이민자의 신세 한탄을 그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한다. 몇 년 전 LA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미국 정규학교 선생님 대상 한국문화 연수를 취재했다. 동부에서 온 선생님 세 분은 입양인이었다. 20대가 된 여 선생님들은 표정이 밝았다. 신문에 자기네 이야기가 나간다며 신기해했다. 동부 백인 가정, 유대인 가정에서 잘 먹고 잘 배우고 잘 자랐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즐거웠다. LA까지 한국문화를 배우러 온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음…나는 미국에 입양됐어요. 우리 부모님(양부모) 정말 저를 사랑하고 저도 사랑해요. 크니까 한국을 알고 싶었어요. 교사니까 아이들에게 한국을 잘 알리고 싶고요. 한국이 늘 궁금해요. 아…미안해요.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미안해요."

입양인 선생님은 웃으면서 눈물을 떨어뜨렸다. 옆에 있던 다른 입양아 선생님도 눈물샘이 터졌다.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고….

한인 입양인,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뿌리'를 잃었다. 되짚어 보고 싶어도 '기억과 기록'이 없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반문이 평생을 따라붙는다. 입양인이 "나는 잘 자랐어요"라고 말할 때면 그 문장이 품은 다층적 의미를 글로 풀 수 없어 자책한다. 그들의 밝은 눈망울에 담긴 고독과 서러움의 깊이를 감히 짐작할 수 없어서다.

한국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53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 아동 해외 입양은 약 16만7700명이다. 2018년 해외 입양 아동은 303명이다. 이 중 188명(62%)은 미국 가정으로 왔다. 미국은 한인 입양인이 가장 많다.

성인이 된 한인 입양인들은 뿌리를 기억하는 모임을 LA와 뉴욕 등 곳곳에 만들고 있다. 일부는 뿌리 찾기 노력으로 입양인이 입양아를 가족으로 품는 '내리사랑'도 실천한다. 최근 한인사회와 한인 2세는 입양인 교류에 열심이다. 세계 최대라는 미주 한인사회가 입양인에게 뿌리를 느끼게 해주면 좋겠다.

관련기사 기자의 눈

오늘의 핫이슈

PlusNews

포토 뉴스

전문가 칼럼전문가 전체보기

HelloKT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