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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 뉴스] '요코'가 기가 막혀

김석하 사회 부장

이민사회.이민자는 '모순'을 강요당하는 측면이 있다. 그 모순은 일단 자녀 교육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 4~5살까지 한국아이와 똑같이 한국말과 문화에 너무 익숙한 것에 위기감을 느낀다. '집에서 한국식으로 지내니까… 이러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거 아냐'.

그러다가 고학년이 되면서 인사와 존댓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를 보면 또다시 걱정이 앞선다. '아무리 미국에 살아도 그렇지…기본 한국말과 역사 등은 가르쳐야 겠다'.

이렇듯 이민자 부모들은 자녀가 현지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우등생이면서 동시에 한국의 학생으로 봐도 모범생이기를 요구한다. 말이야 쉽지 언어와 수많은 가치관이 충돌하는 모순의 경계성을 넘나들어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대한민국 정부도 같은 맥락의 모순을 해외동포사회에 요구한다. '현지화'와 '정체성'의 동시 구현이다.

한국정부는 "해외동포들이 현지화에 주력하면서도 한국인임을 잊지 않는 정체성도 간직하라"고 당부한다. 솔직히 한국처럼 같은 언어.정서.문화속에 살고 있으면 정체성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아 대립되는 두 가치의 실현을 '쉽게' 말하는 경향도 있다.

해외에 살면서 현지화는 '필수과목'이고 정체성은 '선택과목'이라고 보면 해외한인들은 적어도 B학점 이상의 우등생이다.

많은 2세들은 비록 부모의 강요에 투정을 부려도 주말 한글학교에서 한국말과 문화를 배우며 뿌리교육을 받고 있다. 또 동포들은 주류 정치.경제.문화에 도전하고 성공하는 현지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조국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정체성에 타격을 입힐 두가지 위험 요소가 한인사회 안팎에 도사리고 있다.

먼저 '요코 이야기'다.

2차 대전 직후 한국인을 강간범으로 매도한 요코 이야기를 가주 교재에서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한인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내달 5일 가주 교육국의 퇴출 여부 심의회의를 코 앞에 두고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인상이 짙다. 학부모나 특히 한국정부는 그동안 수수방관하듯 대처했다. 정작 아이들의 정체성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책을 그저 소설책 한 권으로 치부한 것이다.

책을 읽은 아이들은 '한국인이 불쌍한 일본인을 강간하고 폭행했구나'라는 기억을 남긴다. 한국인이 자랑스럽기는 커녕 치욕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기억은 극단적이고 선악이 분명하며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 지속력이 훨씬 길다. 요코 이야기는 바로 그 기억에 해당될 수 있다.

또 다른 것은 재외국민 참정권에 대한 논란이다.

이미 재외국민 참정권은 헌법재판소는 올해 12월31일까지 새 법을 만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심지어 한인사회 내부에서도 반대론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외교통상부의 경우에는 대놓고 재외국민 참정권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명분은 '현지화'를 늦추고 동포사회를 분열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명분은 이곳 한인사회에서도 몇몇 인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해외동포사회를 지탱하는 또다른 축인 '정체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특히 미국선거에도 한국선거에도 투표를 못하는 영주권자는 어떻게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가. 그저 한국을 항상 마음속에 생각하라고만 할 것인가.

투표는 정체성 발현의 대표적인 행위다. 부작용 분열 운운하는 것은 현지화와 정체성이라는 모순을 긍정적.자발적으로 실현하려는 동포들의 한쪽 날개를 꺾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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