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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스푼굿피플]바지 자락 좀 잘라 주세요

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김재억 / 굿스푼선교회 대표 

[워싱턴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19 12:49

오월 중순에 접어든 요즘에도 볼티모어 다운타운의 빈민 지역은 유난히 바람이 더 세게 불고, 기온도 훨씬 더 추운걸 느낀다.
애난데일에서 거리급식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 하고, 땀 흘린 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갔다가 뼈속까지 파고드는 한기에 몇번이나 떨었는지 모른다. 볼티모어시 코드 블루 쉘터 앞에서 매주 수, 목요일 양일에 걸쳐 진행되는 거리 미션 현장에 찾아오는 도시빈민들은 약 200여명이 넘는다.

인종별로는 흑인, 백인, 아시안, 그리고 60대 중반의 한인 여성과 이십대 초반의 한인 청년도 섞여있다. 굿스푼 선교 차량이 도착하기도 전인 오전부터 배고픈 이들의 음식을 찾는 행렬이 길게 이어진다. 이윽고 선교차량이 도착하면 준비된 음식들과 서플라이들이 테이블 위에 셋팅되고, 음료들과 푸드 뱅크 물품들이 정리되면 간단한 예식이 진행된다. 간단한 환영 메시지와 하나님 말씀이 선포되고, 짧지만 깊은 감사가 내재된 식사기도가 마쳐지면 배식이 시작된다. 봉사자들의 일사분란한 손길로 만들어진 도시락에 밥과 반찬과 후식들이 골고루 담겨져 나눠진다.
볼티모어 다운타운엔 당뇨 질환으로, 교통 사고로, 총기 폭력으로 상해를 입은 채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는 장애우 형제들이 너무 많다.

한눈에도 건강 상태가 좋지않은 저들의 고달픈 행렬이 안타깝다. 습관처럼 먹고 마시는 정크 푸드와 설탕 덩어리 소다 섭취가 과해지면서 찾아온 당뇨 합병증 문제는 도시빈민의 목숨을 시시각각으로 노리는 시한폭탄처럼 심각하다. 말단 하지까지 혈액 순환이 어려워지면서 발가락, 발목에 번져가는 괴사(壞死) 증상, 끝내는 다리를 절단해야하고 휄스 체어 신세를 져야만 한다.

젊은시절 볼티모어 뒷 골목에서 술과 마약으로 허송세월하던 마이클 형제(57세)는 끝내 사고로 오른쪽 어깨가 부러졌고, 무릎 아래를 잃었다. 피골이 상접한 얼굴, 듬성 듬성한 치아, 깍지 않은 덥수룩한 머리와 짙은 수염이 더욱 초췌해 보이는 그는 한손으로 휄스 체어를 밀고와서 음식을 받는다.
“바지 자락 좀 잘라 달라” 갑작스런 마이클의 요구에 순간 당황했다. 부식으로 나눠줄 바나나, 사과, 감자, 양파, 당근 팩을 자른 후 뒷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가위를 보았단다. 무릎아래 거추장스런 긴바지 자락을 들어 보이며 잘라 달라고 간청을 한다. 멀쩡한 청바지를 두뼘 길이로 싹뚝 자르며 마음이 짠했는데, 마이클은 도리어 시원하다며 고마움을 표한다.

며칠전 있었던 거리 미션에 반가운 손님들이 동참했다. 유미 호겐 퍼스트 레이디와 한인 봉사자들이 함께한 특별한 자리였다. 유미 여사는 굿스푼의 오랜 선교 협력자다. 래리 호겐 주지사의 내조자로, 대학에서 교수로, 또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는 화가로 분초를 쪼개쓸만큼 분주하게 사는 그이지만, 따뜻한 격려의 말을 손편지에 담아 후원금과 함께 보내주는 기부 천사다. 공사다망(公私多忙)한 매일의 일상에서 불우한 이웃들을 돌아보고 섬기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는 어머니같은 성정을 지녔다.

홈리스들이 둘러앉은 식탁을 두루 다니며 도시락을 권하고, 물과 선물백도 나눠주며 자애롭게 위로하는 그에게서 겸손한 섬김을 볼 수 있었다.
과거 국가적 재난을 겪어 불행했던 대한민국, 폐허의 잿더미 위에서 기아와 질병으로 울며 탄식할 때, 자유 서방 국가의 인도적인 도움을 통해 기적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무역 국가로 부강하게 잘 살게된 한인들이, 힘들고 어려웠던 때를 기억하며 불우한 이웃들을 향해 섬김의 손길로, 축복의 통로로 사용되어야 할때다. 이방인 도시빈민들을 향해 한인 교회, 한인 사회의 따뜻한 위로와 섬김이 물처럼 흘러가게 해야 할때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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