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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위생적이고 바른 식습관이 헬리코박터균 감염 막는다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5/18  7면 기사입력 2019/05/20 07:12

소화성 궤양질환(Peptic Ulcer Disease)

소화성 궤양질환은 위장내과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궤양성 질환과 그와 관련된 복합성 질환으로 고생하기 때문에 궤양질환은 매우 중대한 건강이슈이기도 하다.

소화성 궤양의 여러 요인들

궤양은 위에서 과다하게 분비된 강력한 염산의 영향으로 생긴다는 설이 1970년대까지 유행했지만, 실제로 십이지장 궤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을 검사해 보면 이 중 30~40퍼센트에 달하는 환자만이 위산 과다임이 밝혀졌다. 특이한 것은 위궤양 환자 대부분의 위산 분비는 정상이었고, 오히려 산의 분비가 적은 경우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소화성 궤양이 산과 펩신의 존재로 유발된다면 어째서 적게 분비되는 사람에게서도 궤양이 생기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 이것은 위 점막의 방어력이 저하된 사람의 경우일 것이다. 다시 말해 위에서 분비되는 산의 공격력과 위 점막의 여러 방어적 요소를 저울질했을 때, 산이나 펩신의 양이 다소 적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점막의 방어력보다 강하면 궤양이 나타날 수 있다. 즉 산을 분비하게 하는 요소들과 위 점막의 방어력을 낮추는 여러 요소들이 바로 소화성 궤양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위 점막의 건강을 해치는 요소로 헬리코박터균과 위산 외에도 특히 담배, 스트레스, 아스피린 및 여러 소염진통제 등을 배제할 수가 없다.

위 점막과 관계된 여러 기관에 존재하는 면역 그리고 방어 요소들이 불리하게 변화되었을 때, 염증은 물론 궤양성 질환까지 일으킬 수 있다. 감염 상태가 수년에 걸쳐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면 위 점막 세포의 변질은 나타날 수 있으며, 여기에 여러 불리한 복합적 요소가 존재했을 경우 암 질환이 생겨나는 것이 가능하다.

왜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많은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심각한 소화성 질환에 걸리는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각자가 지니고 있는 여러 면역, 방어력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라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헬리코박터균(Helicobacter pylori)과 소화성 궤양

이제 헬리코박터균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헬리코박터균과 소화 질환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져 있다. 심지어 헬리코박터균이 마치 각종 위장병의 원인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신문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보면 위염이나 위궤양, 각종 소화 불량, 복통, 속 쓰림, 스트레스 변비, 심지어는 만성 설사, 구토증 등도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유발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와 같은 설을 내걸고 많은 건강식품이나 약제들이 나돌며, 소화 장애를 겪는 일반인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헬리코박터균과 소화성 궤양과 같은 특정한 소화 질병이 관련되어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소화기 질환들을 헬리코박터균과 관련시켜 그럴싸한 약제를 제조해 팔려는 상업주의에 많은 일반인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헬리코박터균과 위장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절실하다.

헬리코박터균이 처음 위 점막에서 발견된 것은 1930년대이지만, 어떠한 질환과 관련되었는지는 1982년 이후에야 밝혀지기 시작했다. 올챙이 꼬리의 형태를 한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기생하며, 아직 잘 파악되지 않은 여러 과정을 통해 위염과 소화성 궤양을 유발시킨다. 한때는 세계 인구의 60퍼센트 정도가 이 세균에 감염되어 있다고 하니,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만연하는 세균성 감염 질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헬리코박터균과 관련된 소화성 궤양은 현대인과 너무나도 밀접한 병이다. 또 모든 소화 기관을 통틀어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궤양은 특유한 고유 증세가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증세로는 위 부위에서의 불편함인데, 통증을 심하게 느끼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전혀 증세가 없는 환자들도 많다. 일반적인 증세로는 소화 불량과 함께 메스꺼움,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양성 잠혈변 반응 및 빈혈도 일으킬 수 있다.

궤양은 치료된 다음에도 재발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1980년대까지만 해도 궤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지난 20여 년 동안 궤양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내시경 검진은 물론, 여러 치료제의 개발로 궤양 치료에 많은 발전을 보여 왔다. 이 중 주목해야 할 발전은 헬리코박터균과 궤양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실적을 꼽을 수 있다.

어떤 연구 조사 통계로는 위궤양의 50~60퍼센트, 그리고 십이지장 궤양의 70~80퍼센트 정도가 헬리코박터균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전만 해도 십이지장 궤양 환자들은 거의 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되었지만, 최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십이지장 궤양 중 소수(20~30퍼센트)는 헬리코박터균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과거에는 소화성 궤양 질환의 재발 가능성이 높았지만,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한 후에는 재발이 크게 줄어들었다.

만성 소화 불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이 세균은 위암과도 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이유인즉, 감염자가 비감염자에 비해서 위암에 걸릴 확률이 네 배 이상까지도 높다는 역학적 연구가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사람이 위암에 걸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지만, 한국인의 암 등록 조사 결과 수위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위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우리로서는 헬리코박터균과 위암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인 성인의 경우에는 약 30~40퍼센트가 채 못 되지만 한국인 40세 이상 성인의 경우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70~80퍼센트 정도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조사발표에 의하면 헬리코박터 감염율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건강검진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고,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치료가 확산되면서 감염률이 점차 낮아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오염된 물질에서 입으로 아니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될 수 있다. 그러므로 오염된 음식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즉 비위생적인 생활습관이 균을 전파할 수 있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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