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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앱 빠진 화웨이폰…삼성 반사이익 보나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20 08:13

트럼프의 화웨이 때리기에 호응
구글·인텔·퀄컴 거래중단 선언
화웨이, 1분기 애플 제치고 2위로
G메일·유튜브 막히면 판매 치명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의 한 지하철역 구내에 걸린 화웨이 스마트폰 P30 광고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화웨이가 트럼프 발 파상공격에 한쪽 날개인 스마트폰 사업이 꺾일 위기에 처했다. 화웨이는 그간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이라는 양 날개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비상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의 한복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스마트폰은 물론 통신 장비 사업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구글과 인텔, 퀄컴, 브로드컴 등 화웨이의 스마트폰이나 통신 장비 사업과 연계된 미국 기업들이 19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거의 동시에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선언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의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으로 지정했고, 이들과 거래하기 위해선 미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접근을 차단당할 경우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단말기 업체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개방형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스마트폰에 탑재한다 쳐도, 화웨이 스마트폰 이용자는 G메일이나 구글맵, 유튜브 같은 앱을 일체 사용할 수 없어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퀄컴이 스마트폰용 모뎀칩 공급을 중단하면 최악의 경우, 화웨이는 스마트폰 제조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미·중 분쟁이 본격화한 2018년 중반부터 스마트폰이나 통신 장비용 주요 부품을 최소 3개월 치를 재고로 확보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화웨이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5G 모뎀칩을 자체 개발했다”며 “애플이 원하면 5G 모뎀칩을 공급할 수 있다”고 큰소리친 바 있다. 하지만 화웨이는 구글의 앱 차단은 미처 예상치 못한 듯 구글의 거래 중단이 발표된 이후엔 일체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몇 년간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2억대 판매 고지를 돌파했다. 비록 판매량에서 3위에 그쳤지만, 2위인 애플과 차이는 900만대에 불과했다. 화웨이는 올해 1분기 5900만대를 팔아 애플(4310만대)을 밀어내고 마침내 2위에 올랐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역신장 속에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해보다 판매량이 줄었지만, 화웨이만 유독 판매량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런 와중에서 화웨이에 대한 구글 앱 차단은 치명적이다. 화웨이는 중국이 포함된 아시아 시장에서 60% 정도를 판다. 하지만 40% 정도는 유럽이나 남미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했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 맵이나 G메일은 전 세계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며 “화웨이 폰에 구글 앱 설치가 안 되면 중국은 몰라도, 해외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기세가 꺾일 경우 삼성전자나 애플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유럽은 물론 아시아나 중남미 같은 신흥시장에서 강세였던 만큼 화웨이의 빈 자리를 세계 1, 2위였던 삼성전자와 애플이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웨이가 올 하반기로 계획했던 5G폰이나 폴더블폰의 출시가 미뤄질 경우 이미 5G폰을 출시했고 폴더블폰 판매를 앞두고 있는 삼성전자의 반사이익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꺾이면 통신장비 1위 수성도 힘들 듯

반면 화웨이에 스마트폰용 올레드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가 줄면 그만큼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 화웨이는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가 양대 축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1051억 달러·약 125조원) 중 통신 장비(420억 달러·40.8%)와 스마트폰(504억 달러·48.4%)의 비중이 거의 90%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는 곧 세계 1위인 통신 장비의 위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화웨이는 “통신 장비 시장 1위 비결은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위기를 맞으면 지금 같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통신 장비 개발에 투자하기가 어렵다. 또 5G통신 장비 개발은 5G 기반의 스마트폰이나 서비스와 연동돼야 가능하다. 여기에 서버용과 통신 장비용 반도체를 각각 공급받던 인텔과 브로드컴이 공급을 중단하면 통신 장비 역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부터 ‘화웨이 때리기’를 본격화했다. 미 이동통신산업협회(CTIA)가 글로벌 5G 경쟁 보고서에서 “미국이 5G 상용화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졌다”고 밝힌 게 계기였다. 특히 미국은 인민군 통신부대 출신인 런정페이 회장이 운영하는 화웨이가 5G 분야서 세계 강자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는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하며 화웨이 5G 장비 사용 금지 대상을 영국·캐나다 등 동맹국으로까지 확대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중국산업연구부장은 “미국은 첨단 제조업의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크게 우려해 오바마 정부 때는 기술 유출을 엄격히 금했고, 트럼프 정부는 더 거칠게 몰아붙이는 것 같다”며 “스마트폰이나 5G 같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 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한·미 중간 분쟁은 상시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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