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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성지순례로 변모한 이태리 여행

레지나 정 / LA 독자
레지나 정 / LA 독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5/22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05/21 19:07

지난달 이태리 여행을 다녀왔다. 로마제국의 유산과 유물이 여기저기에서 현재와 뒤섞여 존재감을 뽐낸다. 터와 기둥 잔재만 남은 '포룸', 전차경기장이었다는 푹 패인 흔적의 '서커스 맥시머스', 벽에 파여진 수많은 구덩이가 만든 지하무덤 '카타콤베'는 실체 없는 잔존으로 제국의 빛나는 유적이 되었다.

부활절 하루 전에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기차를 타고 '아씨시'로 향했다. 복잡한 로마와 달리 아씨시는 그림 같은 중세 도시다. 마을 아래로 초록의 움브리아 평원이 평화롭게 내려다보이고 성문을 지나 산등성이에 자리잡은 마을은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왔다. 소박한 수도원 숙소에서 첫밤과 아침식사를 한 후에 'Basilica of St. Francis '에서 부활 미사를 참례했다.

아씨시에서 두 밤을 머물고 다시 도착한 로마는 4월 25일이 이태리 독립기념일 연휴인 탓에 북새통이었다. 주요 관광지들은 인파로 덮혔다. '성 베드로 성당'과 '바티칸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의 줄은 돌고돌아 끝이 없었다. 후에 방문한 나폴리와 폼페이, 플로렌스도 마찬가지였다.

여행 동안에 30개도 넘는 성당 경내를 보았다. 13세기에 건축된 고딕 양식의 '성 프란시스코 성당' 부터 16세기의 바로크 양식의 '성 베드로 성당'까지 성전 내부의 디테일은 인간의 힘 하나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다.

바티칸 박물관 안에 위치한 'Sistine Chapel' 천장 위의 '천지창조'와 벽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을 바라보고 서있으면 미켈란젤로의 존재감에 숨을 고르게 된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자신들의 작품에 매진했다는 사실은 짜릿하다. '성 베드로 대성당' 제대 뒷벽에 달린 '베드로 의자' 위의 동그란 창문으로 저녁 햇살이 비쳐들 때는 실제로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리는 듯 신비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갈릴레오, 마사초, 브루넬레스키, 지오또, 보티첼리와 13 세기에 인간 중심의 작품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연 단테의 고향인 플로렌스에는 귀한 예술품이 도처에 널려있다. 단테가 짝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와 마주쳤다는 '베키오 다리' 아래를 아르노 강이 유유히 흐른다. 하양, 초록, 분홍 세 가지 색 대리석으로 화려함을 자아낸 '두오모 성당' 외벽은 기이할 정도였다. 성당 돔의 빨간색 지붕은 이태리를 홍보하는 대표 모델이다.

관광으로 시작한 이태리 여행을 성지순례로 마무리한 기분이다. 시끄럽고 불친절한 로마가 익숙한 LA로 바뀌는 순간 공기마저 싱그럽다. 긴 여운이 따르는 만족스런 떠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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