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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블로그 천만 개 시대

[LA중앙일보] 발행 2008/10/30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08/10/29 19:32

이종호/편집위원

인간은 기록하는 동물이다. 어떤 형식으로든 자기의 생각과 삶의 흔적들을 남기고 싶어한다. 유사 이래 끊임없이 새로운 기록 수단이 개발되어 온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점에서 블로그는 가장 진화된 개인의 기록 수단이다.

블로그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칼럼.일기.사진 등의 형식으로 쉽게 기록해 둘 수 있는 인터넷상의 공간이다. 또 그 기록들을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소통 기능도 탁월하다.

블로그를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97년 존 바거라는 사람이 만든 웹로그(web+log:인터넷 바다에서의 항해일지라는 뜻)가 한 단초가 되었다는 것은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블로그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끈 것은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같은 큰 사건을 통해서였다. 기존의 미디어가 도달할 수 없었던 현장의 소식들을 개인들이 블로그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함으로써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인터넷 좀 한다는 사람은 블로그 하나 쯤은 다 가지고 있다.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에는 수십만 개의 블로그가 있고 언론사 웹사이트들도 다투어 블로그 서비스를 한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인구가 적다는 동포사회도 뒤늦게 블로그 열기에 불이 붙었다. 중앙일보 웹사이트(www.koreadaily.com)가 지난 7월부터 시작한 서비스 덕분인데 그새 미주 전역에서 700개에 가까운 블로그가 만들어 졌다고 하니 그 열기를 짐작케 한다.

현재 한국인들의 블로그 수는 100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는 기존 미디어 뺨칠 정도로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제공하는 것들도 많다. 흔히 파워블로거 스타블로거로 불리는 이들은 블로그의 영향력을 확대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기성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는 사회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슈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여론 형성을 주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디어로서의 블로그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디어의 기본인 사실 확인과 균형 잡힌 시각의 부족 등 본격 미디어로 대접받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블로그를 등에 업은 인터넷이 기존 미디어를 대체할 가능성은 어느 것보다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어제는 창간 100년을 맞은 미국의 유명 일간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종이 신문 발행을 중단할 것이라는 소식이 있었다.

내년 4월부터는 완전히 온라인 신문으로 전환하여 매일 이메일로 뉴스를 전달하고 주말에만 인쇄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 소규모 신문의 온라인 전환 선언은 있었지만 유수의 전국지가 종이신문 발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세상이 바뀌면 정보 전달의 수단도 달라진다. 신문만으로는 제한된 지면과 시간적 제약으로 속보성과 심층 보도에서 네티즌들의 욕구를 도저히 쫓아갈 수가 없다. 이를 인지한 신문들은 이미 인터넷판의 비중을 크게 늘려 놓은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신문의 온라인화 선언이 놀랍긴 하지만 새삼스럽지는 않다.

지금 언론사들은 일반 블로그 뿐만 아니라 기자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기자들이 가진 정보력을 활용해 온라인 독자들을 붙들어 놓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동시에 그 동안 콘텐츠의 생산과 전달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켜왔던 언론사가 온라인 상에서도 똑같은 영향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기도 하다.

어쨌든 세상은 바뀌고 있고 인터넷은 미디어의 지형을 바꾸는 거대한 실험실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블로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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