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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택시기사의 따뜻한 이야기

한국에 갔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에서 들은 기사의 이야기가 무척 감동적입니다.

19년 동안 출판사를 하다가 e북, 경기 불황 그리고 빚 보증이 겹쳐 2009년 폐업을 했습니다. 서울의 40평형 아파트를 팔고 3000cc 자동차를 팔아 빚을 갚았고 직원 6명의 퇴직금을 모두 정산을 했습니다. 모두가 바보라고 합니다. 재산을 숨기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내팽개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빚 보증을 해준 선배도 망해 창고에 산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 한 일이니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몇 달을 망연자실해 있다가 해맑은 아이와 20살에 만나 나를 믿고 결혼한 아내를 보고 술을 끊고 택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모든 빚을 청산한지라 오히려 행복한 마음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역곡역에 손님을 내려주고 차를 돌리는데 빚 보증을 해준 선배를 만났습니다. 내가 좋아 빚 보증을 해준 선배라 원망마저도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차에서 내려 엉거주춤한 선배를 꼭 껴안아 주고 손을 꽉 잡았습니다. "선배, 밥은 먹고 다녀?" 선배는 말이 없습니다.



"선배 괜찮아, 내가 선배 도움받아 잘 먹고 잘 살았으니 나는 원망이 없어." 선배는 말이 없습니다. 선배를 보내고 마음이 무척 행복했습니다. 사람으로 내 도리를 했다 싶어 마음이 꽉 찬 하루였습니다.

재기를 위해 돈벌이가 좋은 야간에만 운전을 합니다. 납입금을 맞추고 돈을 벌기 위해 식사는 물과 빵으로 합니다. 장시간 운전으로 아픈 다리를 초등학생 아들이 꼭꼭 힘을 주어 밟아 줍니다. 참 시원하죠.

아들에게 대가로 1000원을 용돈으로 줍니다. 가끔 중학생 아들에게 말합니다. "미안하다 큰 집, 좋은 차 없이 살게 해서…." 얼마 전 아들들이 출근길에 편지를 줍니다. 큰아들은 "작은 집, 택시 운전하는 아빠 괜찮아. 열심히 일하는 아빠가 언제나 멋지고 최고로 좋아." 눈물이 핑 돕니다.

작은아들은 "아빠 이제 다리 주물러 드리고 용돈 안 받아도 되니 빵 사지 말고 식당에서 식사 드세요."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에 운전을 마치고 돌아와 아내에게 편지를 보여주고 같이 부둥켜 안고 울었습니다. 선배 만났던 이야기며 아이들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집 팔지 말고 도망가자고 했으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내는 "아냐, 당신이 잘했어." 이런 아내가 있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모양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는 택시기사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살짝 스스로 감격해 눈물도 보입니다. 뒷자리에 앉은 나도 눈물이 날 것 같아 괜히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 사회가 아직 건강하고 살아 볼만한 행복이 있음을 다시 알게 되었고 따뜻한 사람들이 많음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늘은 높아 보이고 세상은 밝아 보입니다.


김류다 / 라크레센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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