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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뉴욕도 택시면허권 12억→2억 추락, 8명 극단선택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25 16:04



미국 차량공유 서비스 1·2위인 우버·리프트에 모두 가입한 운전자 차량. [중앙포토]





뉴욕을 상징하는 옐로우캡(노란 택시) 면허권의 가격은 2014년 100만 달러(약 12억원)까지 치솟았다. ‘메달리온’이라고 불리는 이 면허권은 이 때를 정점으로 가격이 하락해 지난해 10월 기준 평균 18만6000달러(2억 2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3명의 메달리온 택시 기사를 포함 총 8명의 택시 기사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2016년 이후 950명의 택시 기사가 파산 신청을 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승차 공유 서비스인) 우버나 리프트 때문이 아니라 규제 당국의 무모한 대출이 본질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우버로 대표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가 택시 등 전통 산업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건 한국뿐이 아니다. 호주에서도 최근 택시 기사와 렌터카 사업자 6000명이 우버가 불법 영업으로 재정적 손해를 끼쳤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는 호주 최대 규모의 집단 소송 중 하나다. 한때 최대 90개국에 진출했던 것으로 알려진 우버의 최근 해외 진출 성적표는 60여 개국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만큼 우버 등 모빌리티(이동성) 신사업에 대한 각국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외국은 일단 출범…한국선 시작도 못 해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가 일단 서비스를 출범시킨 뒤 각종 사회 문제가 생기면 당근과 채찍을 제시하는 데 비해 한국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제대로 태동도 하기 전에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정책위원은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나올 때 전통 산업 종사자와의 충돌이나 마찰은 필연적"이라면서도 "해외 정부와 도시는 발 빠른 중재와 대처,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이런 갈등에 대처하는 것이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선출시 후규제 노선
미국의 경우 한국과의 차이점은 우버나 리프트 등 새로운 형태의 승차 공유 서비스를 택시와 같은 운수업의 테두리 안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3의 범주인 교통네트워크 회사(TNC)로 규정한 뒤 주마다 각자 규제를 만들어 우버나 리프트 등 승차 공유 업체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의 경우는 지난해 택시 기사 자살 등 사회적인 논란이 커지자 승차 공유 업체에 대해 추가 면허 취득을 1년간 금지했다.

이에 비해 초창기 우버와 리프트에 깐깐한 규제를 적용했던 일리노이주는 2016년에 우버와 리프트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일리노이주는 주당 20시간을 기준으로 20시간 이하로 운행하는 차량에 ‘A 등급’을, 20시간 이상 운행하는 차량에 ‘B등급’을 적용해 운행세 등 세금에서 차등을 뒀다가, 이를 구분하는 제도를 폐지했다.




세계 3대 승차공유 앱인 그랩의 산실인 말레이시아는 '선출시 후규제' 노선을 택했다. 일단 서비스를 합법화 한 뒤 그랩의 규모가 커지자 점점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의 강화된 규제에 맞춰 그랩이 그랩 기사들에게 보험과 차량 수리비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판. [사진 그랩 홈페이지]






그랩이 탄생한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초기에 승차 공유 사업을 합법화했다. 그랩은 초창기 한국의 카카오택시처럼 택시 앱(애플리케이션)에서 출발해 개인 차량으로 우버식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한 경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초창기 이런 형태의 영업에 대해 차량이나 기사에 대한 규제를 거의 두지 않았다. 그러다 그랩이 성장한 이후부터 차량과 기사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랩은 많은 운전자와 운행 가능한 차량을 확보하기 위해 운전 기사의 보험료나 차량 수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고영경 말레이시아 썬웨이 경영대학 선임연구위원은 “말레이시아 정부는 차량 공유 서비스를 합법화하면서 향후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선언했고, 현재 이를 실행해 나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택시 기사에게 당근책
택시 기사에게 금전적 지원이나 규제 완화 등 당근책을 제시하는 국가도 있다. 호주의 경우 택시 기사를 위한 상생 기금을 마련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우버 등 승차 공유 차량을 호출할 때마다 이용자에게 1달러의 부담금을 5년간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이를 택시업계를 위해서 쓸 예정이다.

핀란드는 지난해 7월부터 승차 공유를 합법화하면서 허가제였던 택시 면허 건수의 총량 규제를 없앴다. 대신 택시 사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택시 요금도 택시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숨통을 틔워줬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자 핀란드에선 출발지에서부터 목적지까지의 모든 교통수단을 끊임없이 연결해 주는 ‘휨’이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는 승차 공유 논의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택시 면허권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도 없을뿐더러, 택시 기사들에 대한 보상이나 처우를 높이려는 대안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교통 로밍'시대 코앞에 닥쳤다
일본의 경우는 세계 3대 택시 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택시의 규모가 큰 국가다. 거기다 중국·동남아 등과는 달리 택시 서비스의 수준이 높다 보니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낮은 편이다. 택시 호출 앱 비중도 전체 택시 시장의 5%에 불과하다. 택시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일반 승용차를 몰면서 운송비를 받는 것은 한국처럼 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런 바보 같은 나라의 일본”이라고 정부를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런 일본 정부도 최근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관광객 유치를 위해 IT를 결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중국 디디추싱이 일본 현지 택시업체 다이이치와 손잡고 지난해 9월 차량 호출 서비스를 내놓는 등 기존 택시와 결합한 차량 호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해 7월 기자회견에서 승차공유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일본 법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손 회장은 "(라이드셰어가 금지되어 있는) 이런 바보같은 나라의 일본은 미래로의 진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소프트뱅크와 중국 디디추싱의 합작회사인 디디모빌리티재팬은 지난해 6월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ANN 뉴스 캡처]






소프트뱅크는 현재 디디추싱 뿐 아니라 우버, 그랩, 인도 올라 등 세계 각국 1위의 승차 공유 서비스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 교통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프트뱅크 모빌리티 얼라이언스’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우버를 이용하던 사람이 중국에 가면 디디추싱, 동남아에 가면 그랩, 인도에 가면 올라 등 별도의 앱을 깔 필요 없이 ‘자동 로밍’으로 현지의 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는 전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승차 공유는 각국이 교통 로밍으로 연결되는 것은 물론, 자율 주행, 드론ㆍ로봇 배송 등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최종 단계의 배송)로까지 이어지는 신사업의 시작점”이라며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해외 업체에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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