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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중도 주류 퇴조…프랑스·영국·이탈리아 극우 1위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5/27 08:19

40년 군림 중도 좌·우파 과반 실패
반난민·반EU 세력이 4분의 1 차지
기후 관심 높아져 녹색당도 약진
영국선 신생 브렉시트당 1위 돌풍



유럽의회 선거에서 기후변화 대응 등을 중시해야 한다는 단체의 활동 모습 [AP=연합뉴스]





“권력의 독점은 깨졌다.”
차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후보 중 한 명인 마르그레테 베스타제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이렇게 표현했다. 유럽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면서 40년동안 군림해온 중도 좌ㆍ우파가 동반 몰락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1994년 이후 가장 높은 51%의 투표율을 보였다. BBC는 젊은 층의 참여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유권자의 관심이 컸던 선거의 가장 큰 승리는 중도성향 자유민주당(ADLE) 그룹과 진보성향 녹색당 계열에 돌아갔다.



독일 녹색당은 이번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EPA=연합뉴스]






극우 포퓰리즘 정당도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약진했다. 하지만 유럽 다른 나라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파괴력이 약했다. 보수당과 노동당의 양당 구도가 굳건하던 영국에서조차 급조된 브렉시트당이 선두를 기록하는 등 주류가 된서리를 맞았다.

주류 양당 시대의 종언
그동안 유럽의회에선 독일 기민ㆍ기사당 연합이 속한 중도우파연합 ‘유럽국민당(EPP)’과, 독일 사민당ㆍ영국 노동당 등이 속한 중도좌파 ‘사회ㆍ민주당 연합(S&D)’이 주인장 노릇을 했다. 두 그룹만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지난 5년간도 EPP 소속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이 난민 수용과 EU 확대 정책을 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그의 정당이 이끌던 중도우파 연합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이 급락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27일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유럽의회가 집계한 잠정 의석수에 따르면 전체 751석 중 EPP는 180석에 그쳤다. 기존보다 37석 줄었다. S&D도 40석 감소한 146석에 불과했다. 과반(376석) 미달이다.

주류 정당의 약세는 파편화하는 유럽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가세한 자유민주당 계열이 기존 68석에서 109석으로 덩치를 불려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게 됐다.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밀어닥친 녹색 물결
북유럽과 포르투갈 등 상당수 유럽 국가에서 녹색당의 득표율이 올라갔다. 독일이 가장 상징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ㆍ기사당 연합의 득표는 5년 전(35.3%)보다 낮아진 28.7%다.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득표율이 거의 반 토막 나며 15.6%에 그쳤다. 이와 달리 녹색당은 두 배 가량 높아진 20.7%를 얻어 2당이 됐다.

독일의 경우 30대 이하 유권자의 세 명 중 한 명가량이 녹색당을 찍은 것으로 나왔다. BBC에 따르면 영향력이 큰 유투버들이 선거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여기는 정치권에 투표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기후변화가 일어나지도 않는다고 주장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는 표를 주지 말라고 하면서다.

프랑스에서도 환경 정당(EELV)이 13.2%로 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르투갈 인간ㆍ동물ㆍ자연당(PAN)도 최초로 2석 가량을 유럽의회에서 확보할 것으로 나왔다.



이탈리아에서 1위를 차지한 극우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 겸 부총리 [AP=연합뉴스]






극우도 약진…일부는 예상 못 미쳐
이번 선거에서는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주도권 확보가 관심사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했다.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의 동맹당은 30% 이상을 얻어 이탈리아 선거에서 처음으로 최다 득표 정당에 오른다. 5년 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 정당은 6%를 얻었었다.

살비니는 다른 나라 극우와 유럽국민국가동맹(EAPN)을 결성할 작정이다. 그는 선거 후 “새로운 유럽이 태어났다. 우리 동맹당이 유럽의 새 르네상스에 참여하게 된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프랑스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오른쪽) [AP=연합뉴스]






프랑스의 극우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23.4%를 얻어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22.4%)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정당은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깜짝 1위를 했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해온 노란 조끼 시위가 극렬했던 지역에서 투표율이 높았다고 AFP 통신 등이 전했다. 반난민ㆍ반EU를 내세우는 3개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은 현재 의석수(154석)보다 18석 늘린 172석을 얻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독일의 극우 AfD가 11%가량 얻을 것으로 사전 여론조사에서 예측됐지만 2017년 총선 득표율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네덜란드의 자유당과 스페인 극우 복스당 등도 부진했다.



라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왼쪽)가 기존 양대 정당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 뒤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에선 개표결과 신생정당 브렉시트당이 31.7%로 전체 73석 가운데 29석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EU 잔류파 자유민주당이 18.5%로 16석을 얻었다. 반면 주류 정당인 노동당(14.05%)과 보수당(8.7%)은 급락했다.

중도 정당의 하락은 유럽의회에서 타협을 낳게 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융커 집행위원장은 “오늘부터 과거 극단에 있다고 여겨지던 정당들이 더는 극단에 있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정파 EPP가 내세운 만프레드 베버 EU 집행위원장 후보 [AP=연합뉴스]





의석수가 가장 많은 EPP가 내세운 집행위원장 후보인 독일 출신 47세 만프레드 베버 의원은 “이번 서거의 승자인 녹생당 및 자유민주당 계열과 연정을 꾸리기 위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극우 정당과는 손을 잡지 않겠다고 했다. 녹색당과 자유민주당 측은 “주류 정당들이 40년 만에 새 정치세력의 도움 없이는 유럽통합을 추구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유럽의 정치지형은 다양해지고 파편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녹색당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 되면서 환경 정책이나 무역 자유화, 기술 규제 등에 대해 소수 정당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며 “하지만 혁명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강화 등의 굵은 이슈는 기존처럼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유럽 의회 결과가 집계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유럽 통합파 정당들이 질서 있는 운영을 할 것인지는 집행위원장 선거 등에서 분열하지 않는지에서부터 판가름날 예정이다. 극우 정당들 역시 경제적 문제 등에선 생각이 달라 한 묶음으로 보기는 어렵다. FT는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어서 다수 정당이 유권자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라며 “유럽 정치가 소란 속에 있지만, 국가주의자들의 희망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았다"고 풀이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심새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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