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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눈으로 먹는 세상

박낙희 / 사회부 부장·OC 담당
박낙희 / 사회부 부장·OC 담당  

[LA중앙일보] 발행 2019/05/28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5/27 12:54

지난주 딸아이가 여행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해서 일정을 모두 일임했다. 연휴에다 가족끼리 함께 여행에 나서기도 쉽지 않아 설레는 마음으로 딸이 계획한 일정에 맞춰 이동했다. 그런데 잘 알려진 관광 명소들을 방문하기 보다는 골목골목 찾기도 쉽지 않은 생소한 곳들을 찾아 다녀야 했다. 인테리어가 독특한 매장이나 보기 예쁜 디저트를 판매하는 카페 등 이색 장소들이었다. 이런 곳을 어떻게 알게됐나 궁금해 물어보니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됐고 자신도 사진을 올리고 싶어 찾아 왔다고 했다.

팬시한 케이크 전문점에 들어가 주문하자 정말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케이크 몇 가지가 나왔다. 식구들 모두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느라 먹는 건 뒷전이 돼 버렸다. 촬영을 끝내고 나서야 시식에 들어갔는데 맛은 보기만큼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었고 대부분 먹기 전에 사진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다. 추억이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이제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포스팅하기 위한 사진찍기가 일상 속 당연한 행위가 됐다.

블로그 스타일의 페이스북과 달리 사진·동영상 위주로 간단히 포스팅하고 바로 반응을 알아볼 수 있어 젊은층이 선호한다는 인스타그램으로 인해 입은 물론 '눈으로 먹기 좋은' 메뉴를 갖춰야 음식점도 인기를 끌 수 있게 됐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품목으로 고객을 유치한다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마케팅이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길래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

디지털 마케팅 전략 전문업체인 옴니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의 월 사용자는 10억명을 넘어섰으며 매일 5억 명이 포스팅하는 사진과 동영상 건수가 1억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공유된 사진은 500억장에 달하며 매일 평균 42억번의 '좋아요(Like)'가 눌러지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에 접속하는 성인 10명 중 6명이 인스타그램 이용자로 18~29세의 59%, 30~49세의 33%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10대의 경우는 72%에 달한다. 성별로는 여성의 38%가, 남성의 26%가 각각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7760만명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있으며 전체 비즈니스의 71%가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마케팅에 큰 영향을 주는 소셜인플루언서의 절반 이상이 후원업체 홍보 포스팅을 하고 있으며 건당 최대 10만 달러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을 빼놓고서는 성공 마케팅을 논할 수 없게 됐다.

건축과 인테리어에도 보기 좋은 전경이나 셀피 배경이 있는 장소가 인기를 끌자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자인이 각광을 받으면서 인스타그램을 위한 디자인책까지 출판됐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행에 부합하는 색상과 디자인으로 건물들이 치장되면서 지역별 특성이나 개성이 묻혀 버리기 시작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아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하지만 단지 보여주기 위한, 있어 보이기 위한 그런 음식이나 장소보다는 요리사의 정성이 담긴 깊은 맛이, 고유의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장소가 더 소중하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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