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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클리닉] 까다로운 헬리코박터균, 내시경 진단이 가장 정확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5/25  7면 기사입력 2019/05/29 11:00

고정관념을 깬 이야기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연구성과로 오스트레일리아의 의학자 배리 마샬과 로빈 워런이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소화성 궤양뿐만 아니라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는 위암, 특히 위임파선종양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세균과 종양의 관련성을 발견함으로 헬리코박터 연구는 암질환을 치료하는데도 큰 공헌을 한 셈이다.

위염 및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발병 원인이 박테리아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규명하는데 단초를 제공한 이는 워런 박사이다. 병리학자인 워런은 생체검사를 통해 위 점막에 구부러진 형태의, 조그만 박테리아가 기생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박테리아가 관찰된 위 점막 가까이에서 염증이 나타나는 것 또한 처음으로 관찰하게 되었다. 이에 약 100명의 환자를 검사해 본 결과 특정 유기체 즉 헬리코박터균이 모든 위염과 위궤양, 십이지궤양 환자에게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1983년에 헬리코박터균이 소화성 궤양질환에 연루된다는 가설을 의학계에 처음 제안하기에 이른다.

마샬 박사는 위 점막의 조직을 떼어내어 균의 배양에 성공했다. 마샬은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스스로 이 균을 먹어 급성위염을 앓기까지 했으며 그 후 여러 항생제를 먹고 나서 자신의 증세의 회복과 헬리코박터균의 박멸을 증명하였다. 즉, 특정 미생물과 특정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코흐의 가설(Koch's Postulate) 그 자체를 증명했다고도 볼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자신을 실험용으로 써 가며 연구한 그야말로 흥미로운 일화이다.

마셜과 워런 두 의학자가 이끈 헬리코박터균 연구의 과학성도 높이 평가해야겠지만 이 연구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깼다는 데에 있다. 1980년까지만도 학계에서는 '위에는 강한 위산이 있기에 아무런 미생물이 자라날 수 없다'라는 말이 정설인양 받아지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아래 워런 박사의 '위 속에 균이 살고 있다'라는 주장은 당시 학계에서는 도전적 행위이기도 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위 속에는 강한 위산 때문에 아무런 생물도 살 수 없다'라는 생각은 옛날부터 뿌리 깊게 각인되어 왔던 하나의 고정관념이었는지 모른다. 위 점막에서 세균을 발견한 것은 워런 박사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100년 동안에도 병리검사에서 위 점막 안에서 세균을 본 적은 여러 차례 있었고 발표 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 위 점막의 세균은 검사하는 과정에서 인공적으로 오염된 것으로 가정했으며, 세균을 분리하여 배양할 생각은 미처 못했던 것이다. 위대한 발견은 고정관념을 깨는 데에서 비롯된다고 말해도 좋을 듯 싶다.

궤양은 감염질환?!

헬리코박터 연구는 또 하나의 고정관념을 깼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no acid, no ulcer(위산이 없으면 궤양도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위산은 궤양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정되어 왔다. 그러나 워런과 마셜의 연구는 궤양은 헬리코박터균에 의해 생길 수 있는 하나의 감염질환으로 입증한 셈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이런 말을 하고 듣는 것을 본다. "Stay away from me, you are giving me an ulcer." 이 말은 궤양이 스트레스에서 온다는 뜻을 의미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궤양이 마치 감염질환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심한 독감에 걸린 사람을 피하듯이 '내 옆에 오지 마라 궤양 옮길라'라는 말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감염될까 봐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말처럼 들릴 수 있는 얘기다. 흥미롭게도 일상생활에서 하던 이 말은 소화성 궤양이 하나의 감염질환인 것을 줄곧 힌트 해온 것 같기도 한 셈이라고나 할까?



진단방법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쓰인다. 첫 번째로는 혈청학적 검사가 있는데, 이는 세균 감염 시 면역 반응으로 생겨난 항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스크린 할 때 쉽고 간편한 진단 방법으로 쓰인다. 여기서 말하는 항체는 B형 간염에서 볼 수 있는 표면체 항체와 같은 보호 항체가 아니라, 세균이 현재 몸에 들어와 있거나 최근까지 있었다는 일종의 증거에 불과하다. 이 검사의 약점은 위양성 결과가 종종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데, 이유인즉 치료를 해서 세균이 박멸된 다음 항체 수치가 조금씩 떨어지더라도 한동안은 혈액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체에 있는 다른 세균과 교차반응현상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위양성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혈액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는 치료에 앞서 의사의 각별한 분별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혈청학적 항체검사는 과거에 치료받은 적이 없는 환자가 감염되어 있는 지를 선별할 때에는 좋지만 치료된 것을 확인하는 테스트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신속요소반응검사(UBT)가 있는데, 이는 환자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량의 방사선 카본(동위원소 13탄소)이 붙어 있는 요소(尿素)라는 물질을 섭취하게 한 뒤 환자의 호흡을 분석하여 감염 유무를 밝히는 검사다.

세 번째로는 대변검사가 있다. 대변검사는 변에서 헬리코박터 세균의 항원을 검출하는 검사로서 검진 당시 환자가 세균에 감염이 되어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다. 이 검진 방법의 유리한 점은 혈청학적 검사와 달리 위양성률과 위음성률 모두 낮을뿐더러 내시경검사나 신속요소반응검사에 비해 비침습적인 이유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직 검사가 있다. 위 점막의 조직을 관찰함은 물론, 헬리코박터균의 유무를 직접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정확도가 높은 검사이다. 내시경검진은 단순히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유무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위의 점막상태를 관찰하여 헬리코박터균과 무관한 심한 궤양질환이나 암질환의 진단에 꼭 필요한 검진 방법이 아닐 수 없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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