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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시대엔 운전도 '졸업'이 필요해

이주현 객원기자
이주현 객원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5/30 미주판 23면 기사입력 2019/05/29 19:37

시니어 운전자 현주소 및 운전 졸업

돌발 상황 반응시간 2배
교통사고 시 사망률 높아
가족들 운전 포기 권유 시
대체교통편 마련 선행되야

김스운전학교 김응문 교장이 시니어 운전자들에게 시니어 운전기술 향상 프로그램(MDIP)을 강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스운전학교 김응문 교장이 시니어 운전자들에게 시니어 운전기술 향상 프로그램(MDIP)을 강의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근 시니어 운전이 뜨거운 감자다. 미국에서도 시니어 운전자가 운전미숙으로 사고를 일으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달 새 일본과 한국에서도 각각 80대와 70대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가속페달을 밟아 보행자를 사망케 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빈발하자 일각에선 노인 운전자 규제를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니어들은 노인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맞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운전대를 놓으라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백세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니어 운전자들의 현주소 및 운전 졸업에 대해서 알아봤다.

▶시니어 운전자 현황=해마다 시니어 인구가 증가하면서 시니어 운전자 연루 교통사고도 증가추세에 있다. 전국고속도로교통안전협회(NHTSA)에 따르면 201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65세 이상 시니어 운전자는 6784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18%를 차지할 만큼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내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들은 돌발 상황 발생 시 젊은 운전자보다 반응시간이 2배나 길며 시야각도 40%나 좁아져 주변 신호에 둔감해진다.

이처럼 시니어 운전자들은 운전 시 필요한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사고 시 치사율도 높지만 시니어 운전자들에게 운전 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후진하다 접촉사고를 낸 박모(78)씨는 "아들 내외가 더 큰 사고를 내기 전 운전을 그만두라 성화지만 거동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앞으로 몇 년은 더 문제없다"며 "만약 운전을 그만두면 자식들이 대신 운전해 줄 것도 아니면서 무조건 운전을 그만두라는 건 LA에선 감옥생활을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한다.

박모씨 외에도 가주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한인 시니어들은 "운전 포기는 독립성 및 이동의 자유를 포기하라 것과 마찬가지"라고 입을 모은다. 한편 미국 내 한 통계에 의하면 고령 운전자들이 운전을 그만 둔 후 남성은 6년, 여성은 10년을 더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언제 운전 졸업해야 하나=의학전문가들은 시니어 운전자의 운전 능력 여부를 의학적 진단이나 검사로만 식별하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대부분 시력, 인지력, 반사 신경이 떨어지지만 같은 70대라 하더라도 어떤 이는 2~3시간 하이킹이 아무렇지도 않고 어떤 이는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불가능하기 때문.

따라서 시니어 운전자들이 운전대를 놓는 시기는 개인의 건강상태, 심리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국 시니어들에게 운전 졸업은 그 시기와 이유를 떠나 자신의 독립성에 대한 위협을 넘어 삶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전미자동차협회(AAA)의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83%가 안전 운전에 필요한 신체능력이 떨어져도 가족이나 주치의에게 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시니어 운전자의 신체적, 정신적 한계로 안전운전이 위협 받는다고 판단되면 가족들이 나서 운전자 및 타인의 안전을 위해 운전 졸업을 권유해야 한다고 AAA는 설명한다. 운전 졸업을 권유할 때는 화를 내거나 강요하는 말투는 절대 금물.

시니어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려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이 최우선이다.

시니어 운전자가 안전운전을 하려면 정신적, 신체적으로 좋은 컨디션이 최우선이다.

AAA 관계자는 "시니어에게 운전 포기를 권유할 때는 충분한 대화를 통해 운전 포기 시 시니어 운전자가 느낄 상실감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며 "또 운전 졸업 시 현실 가능한 이동수단도 함께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시니어 안전 운전하려면

한계 인정하고 재교육 받아야

▶자신의 한계를 인정 한다=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적 한계를 운전자 스스로 인지하고 이를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더 오랫동안 운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핸들을 잡을 때 손이 아프고 불편하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핸들 커버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운전 시 신체적으로 불편한 곳이 있다면 물리치료사를 찾아 이를 극복하는 운동법과 운전보조 장치 등을 제공받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새차 구입 시 계기판 활자가 크고, 충돌 회피, 차선 안전 변경, 사각지대 관리 등 첨단 사양이 포함된 차종을 구입하는 걸 고려해볼 만하다.

▶좋은 컨디션에서 운전하기=시니어 운전자들이 안전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은 맑은 날씨, 출퇴근을 피한 낮 시간, 조용한 도로, 익숙한 지역 등이 포함된다. 이런 외부환경 외에도 운전자의 컨디션도 중요하다. 피곤하거나 화가 난 상태로 운전을 하는 것은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술을 마셨거나 의료용 마리화나 등을 포함한 신경안정제와 같은 약물 복용 시에도 절대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

▶만성질환, 일부 처방약은 안전운전 위협하기도=메이요클리닉 웹진에 따르면 "평소 당뇨나 발작 증세와 같은 만성 질환이 있다면 이는 안전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운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시니어들이 많이 복용하는 진통제,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근육이완제 등도 복용 전 약사나 의사에게 복용 후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등에 대해 설명을 들어야 한다. 만약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을 복용했다면 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운전 기술 업데이트하기=고령 운전자를 위한 재교육 수강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시니어 운전 재교육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DMV가 실시하고 있는 시니어 운전기술 향상 프로그램(MDIP). MDIP를 이수하고 나면 보험료 절약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 대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MDIP를 수료한 55~65세 운전자들의 경우 운전기록이 좋으면 자동차 보험료를 3년간 최고 15%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또 65세 이상 시니어 운전자의 경우엔 10% 할인혜택도 받을 수 있어 연간 70달러가량의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다.

김스운전학교 김응문 교장은 "시니어 운전자들은 해가 갈수록 시력감퇴와 반사 신경 및 인지능력 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DMV 발표에 따르면 MDIP 교육을 3년에 한 차례씩 5회 이상 이수한 시니어들은 90세까지도 무사고 운전을 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joohyunyi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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