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집밥과 흙 수저

최근에 서울을 다녀왔다. 10년 뒤에는 가면 무엇이 더 얼마나 발전돼있을까 싶다. 보기에도 많이 발전한 고국이었다. 서울은 식당문화가 대단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서울은 실, 철, 당 문화가 엄지다. 바로 화장실문화, 지하철문화, 식당문화가 그렇다. 시골 어느 휴게소 화장실을 가봐도 청결하다. 혈맥처럼 뻗어있는 지하철은 세계 1위라니 자부심도 생긴다. 그리고 고층건물 지하와 옥상은 고급식당이 대부분 식당마다 음식 다문화가 화려하다. 뒷골목 즐비한 식당들, 개성 있게 내세우는 특별메뉴가 글자만 바꾸어 놓고 발길을 잡는다.

집밥이 그리운 요즈음이다. 생일에 초대받은 식탁도 식당 주문 음식이 대부분이다. 입맛이 칼칼하고 날씨가 추울 때는 더욱 집밥이 그립고 등줄기를 따뜻하게 흐르는 국물이 생각난다. 국물은 준비하는데 시간과 정성이 주성분이다. 바로 정을 우려내기 때문에다. 그래서 집밥은 정성이라 했던가!

집밥은 흙수저다. 흙을 먹고 자란 신토불이, 이슬과 땀이 녹아있는 땅이 배경이다. 손수 키운 텃밭가족 반찬들…. 세포가 좋아하는 친환경적 밥상이다. 집밥은 사랑이 주성분이다. 그래서 사랑으로 버무려진 집밥은 보양식이다.



교통사고로 많이 누워있고 덜 움직이니까 나의 식욕도 물러섰다. 그날은 차고 문 앞에 큼직한 가방 하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따끈했다. 이웃에 사는 손아래 시인의 집밥 배달 직송이었다. 전에도 그녀의 텃밭 건강식 식단을 맛본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는 더욱 가슴을 따스하게 해주는 이유가 있었다.

집밥이란 게 얼마나 귀한 요즈음인가! 손수 키운 텃밭 음식에 풋김치, 각가지 나물, 호박죽, 미역국 등 식을까 속달로 배달까지 해준 손아래 시인의 마음을 가늠해보았다. 바쁜 일과를 나는 다 알기 때문에 더 감동이었다. 말없이 그리고 온 정성으로 하는 예의바른 손놀림이 놀랍기만 했다. 그리고 퍽 따스하게 번져왔다. 그 마음으로 쓰는 시, 역시 아름다웠다. 집밥으로 시를 쓰고 흙수저로 상을 차리는 마음이 더없이 귀하게 여겨졌다.

그 정성은 그 이후도 여러 번 배송을 받았다. 솜씨와 정성, 순발력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요리하여 오밀조밀 탐스럽게 담아 싸고 또 싸고…. 배달된 그때 집밥 메뉴들! 감동된 내 몸은 호전의 기미를 보였다.

이게 웬일? 그 착한 시인에게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 코암이 발병, 전이되어 그 손아래 시인은 지금 투병중이다. 그 시인은 피가 모자라고 호흡이 짧아 가슴이 답답한 환자이다. 애통한 나는 '집밥은 잘 못해도 기도밥이라도 열심히 준비해야지' 마음을 모은다. 주위 친구들에게 중보하자고 카톡을 띄운다.

생명의 계절 6월이 창밖에 왔구나!


김영교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