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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억울한 소비자의 '가면'

장수아 / 사회부 기자
장수아 / 사회부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9/06/01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9/05/31 19:12

사무실에 있으면 소비자들의 분노에 찬 전화를 받곤 한다. 주로 한인 업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항의 전화다. 소비자의 얘기만 들으면 희대의 악독 업체가 따로 없다. 장사가 되는 게 신기할 정도.

얼마 전에는 한 마켓을 고발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격앙된 목소리의 여성은 자신이 본 피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A' 마켓의 횡포에 대해 설명했다. 라면을 샀다가 가격이 잘못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환불을 시도했고, 마켓 직원은 라면을 도로 회수했지만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국수면과 같은 유통기한이 긴 가공식품을 샀지만 마켓 측에선 환불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주변에도 피해를 본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지인 한 명은 냉동 식품을 샀다가 해동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환불을 거절당했고, 다른 지인 한 명은 냉동된 해산물을 사와서 집에서 조리해보니 상해 있었다고 했다. 한 양로센터에는 'A'마켓의 횡포에 대한 말들이 자자하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마켓을 찾았다. 가공식품, 냉동식품 등 말이 나온 모든 제품을 똑같이 구매한 뒤 환불을 시도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모두 정상 환불됐다. 이에 대해 A 마켓의 한 관계자는 "마켓 규정에 맞고 영수증을 소지했다면 모두 환불 될 수 있다"며 "진열된 물건이 상했을 경우 전적으로 마켓의 책임, 전액 배상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켓측은 오히려 막무가내인 몇몇 고객들 때문에 억울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미 먹었거나 사용했던 물건을 환불해달라는 것은 양반이었다. 음식이 맵고 짜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고 다른 마켓에서 산 물건을 환불해달라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것이다. 마켓측은 이런 고객들 때문에 난처하다고 토로했다. 관계자는 "되팔기 어렵더라도 고객 입장에서 최대한 환불을 해드리려 노력하고 있다. 고객분들도 합리적인 선에서 환불 요청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피해 여성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마켓의 입장을 전하고 다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그제야 "상하는 제품도 아닌데 환불 기간 좀 지나서 반품하면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거대한 업체의 덩치에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소비자가 약자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특히 이민사회에서 언제나 소수자로 살아온 한인들에게 피해의식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물론 업체 측의 잘못도 명확히 있다. 상한 해산물을 판매한 것, 그리고 당시 소비자의 말에 따르면 별다른 사과의 말도 없었다. 이렇게 보면 소비자가 감정이 상한 부분에 점원의 정중하지 못한 태도 등 현장에 있지 않고는 모르는 세세한 부분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자신은 무조건 피해자이며 업체 측의 횡포나 소비자 기만 등으로 쉽사리 치부해버리는 소비자의 태도도 문제는 있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 규정을 준수했는지, 상식적인 구매 및 환불 요청이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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