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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백' 악관의 '흑'인 대통령

김완신/편집국 부국장

백악관(White House)은 미국 대통령 집무실이다. 연방의회가 워싱턴DC를 수도로 정한 후 지어졌다. 1801년에 건물이 완성된 후 토머스 제퍼슨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거주하면서 지고한 권력의 상징이 됐다. 1812년 미국과 영국의 전쟁으로 건물이 불에 타 건물 외벽에 '하얀' 색을 칠하면서 백악관으로 불려졌다고 한다.

백악관은 200년이 넘도록 한번도 유색인종에게 문을 열지 않았다. 미국 역사를 통해 셜리 치숌 전 연방하원을 비롯한 수명의 흑인 정치인들이 백악관을 들어가려 했지만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유색인종에게 보이지 않은 높은 담을 쌓았던 백악관에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가 최초의 흑인으로 입성했다.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백악관의 문을 힘차게 열었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최초의 흑백대결로 치러지면서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열기가 뜨거웠다. 이같은 열기는 높은 투표율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으로 시작된 선거는 올 한해를 선거 열풍으로 몰아 넣었다. 민주당 대통형 후보 경선에서 격돌한 오바마와 힐러리는 본 선거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선거로 이목을 집중시켰고 결국 오바마의 승리로 최초의 주요 정당 흑인 대통령 후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이후 본선에서 맞붙은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는 흑백대별로 치러지는 상황을 만들어 전세계의 관심 속에 흑인 대통령의 탄생을 예고했다.

흑인 유권자 루스 워디(91세)는 "내 생애에 흑인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찍는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회의 눈물을 흘렸다. 흑백 인종차별의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 온 한 노인의 눈물이었다.

반면 플로리다주의 한 백인 유권자는 오바마에 대한 인종편견적인 내용을 담은 피켓을 집앞에 세우고 흑인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단편적인 사례이지만 미국의 흑백갈등이 선거판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대통령이 결정됐다. 선거 캠페인의 열기가 거셌던 만큼 승자의 역할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승자에게는 더 막중한 책무가 주어진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와 맞서 대통령에 당선된 조지 부시는 '도둑 맞은 선거'의 수혜자라는 부담을 안아야 했지만 이번에 당선된 대통령은 당파별로 분열된 민심을 수습하는 동시에 선거기간 중 양분됐던 흑백간의 깊은 골을 메워야 하는 책임도 갖게 됐다.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2004년 대선에서 패한 존 케리 후보는 대통령 선거 패배 승복 연설에서 "미국 선거에서 승자와 패자는 없다. 후보가 당선되는 순간 우리 모두는 승자와 패자도 아닌 미국인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미국 선거에서 흑인과 백인은 없다. 후보가 당선되는 순간 우리 모두는 피부색을 초월해 미국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저력이고 미덕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말처럼 전장의 무덤에는 백인과 흑인의 구분이 없다. 미국인으로 하나되는 국민이 있을 뿐이다.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분열됐던 인종간의 갈등을 치유해 나가야 한다.

흑인 후보를 찍게 돼 흘렸던 흑인의 눈물도 흑인 대통령은 안된다고 주장하던 백인의 외침도 없는 그런 미국을 만드는 것이 이번 대통령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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