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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고교 교과서에 실린 시인 김춘수의 산문시 '부다페스트의 소녀의 죽음(1959)'에서 헝가리의 도시 부다페스트와 다뉴브(도나우)강을 알았다. 2차 대전 후 공산 위성국가 신세로 전락한 헝가리에서 일어난 자유의 물결(1956)을 탱크로 짓밟은 소련의 야만성을 신랄하게 비판한 긴 시다.

그 시의 한 구절이 출간된 지 60년 만에 다른 의미에서 한국 국민의 폐부를 찌른다. "너는 열세 살이라고 그랬다. 네 죽음에서는 한 송이 꽃도, 흰 깃의 한 마리 비둘기도 날지 않았다. 네 죽음을 보듬고 부다페스트의 밤은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지난달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대형 크루즈선인 '바이킹 시긴'과 추돌한 뒤 약 7초 만에 침몰했다. 한국인 33명 중 7명이 숨졌고 19명이 실종됐다.

탑승 인원 중에는 6살 여아도 있었다. 현재 생사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배 사고' 하면 온 국민이 진저리를 치는 상황에서 동유럽의 아름다운 도시.아름다운 강에서 또 비극을 맞이한 모든 국민은, 6살 여아로 상징되는 실종자들의 발견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지만 승선원과 관광객의 안전불감증에 따른 '인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온종일 폭우가 쏟아졌는데도 운항을 계속했고, 승선 때 지급돼야 할 구명조끼도 착용(아예 없었다는 지적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춘수의 시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한밤에 불면(不眠)의 염염(炎炎)한 꽃을 피운다. 부다페스트의 소녀여."

'6살 여아'를 향한 모두의 간절한 마음이다.


김석하 LA 논설위원 kim.sukha@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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