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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어부지리'에서 얻는 교훈

중국 전국시대 때 조나라는 흉년이 든 연나라를 공격하려고 했다. 이때 연나라의 소왕은 지략과 외교력을 갖춘 소대를 급히 조나라의 혜왕에게 보냈다.

소대는 혜왕 앞에 배례하면서 "제가 여기로 오면서 강을 건너는데, 강변에서 조개가 조가비를 벌리고 햇볕을 쬐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도요새가 날아와 조갯살을 쪼았습니다. 놀란 조개는 즉시 조가비를 닫아 도요새의 부리를 꽉 물었습니다. 다급해진 도요새는 조개에게 '이 상태로 며칠만 비가 오지 않는다면 너는 말라 죽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개도 도요새에게 '내가 너를 며칠만 놓아주지 않는다면 굶어 죽을 것이다'라고 대꾸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물고 다투던 중에 마침 이곳을 지나던 어부가 힘들이지 않고 도요새와 조개를 한꺼번에 잡게 되었습니다. 지금 조나라가 연나라를 공격하면 두 나라가 장기간 전쟁으로 국력이 피폐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이웃의 진나라가 어부처럼 조와 연, 두 나라를 한꺼번에 취하게 될 것입니다. 왕께서는 공격을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말에 조나라 혜왕은 연나라 공격을 포기하고 말았다.

유명한 고사성어 '어부지리(漁父之利)'는 둘이 서로 싸우는 사이에 제 삼자가 이득을 본다는 뜻이다.



정치에서 좌파와 우파의 갈등과 정쟁이 심화되면 어부는 누가 될까. 남과 북이 갈렸는데, 남한의 좁은 땅에서 또 좌우로 갈린다면 현대판 삼국시대로 회귀하는 것이 아닐까. 요즘처럼 노사분쟁과 여야 정쟁으로 치닫는 정치판과 산업현장에 소대 같은 출중한 책사는 없을까.

'좌파와 우파'의 역사적 실체는 18세기 프랑스 시민혁명에서 시작되었다. 이 혁명은 절대권력인 왕정과 귀족계급을 무너뜨리고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는데 성공했다. 혁명 당시 국민공회 회의석상에 급진개혁, 사회주의, 빈민층을 대변하던 '자코뱅파'가 좌측 의석에 앉았다. 한편 온건개혁, 자유주의, 시장경제, 상공업 부르주아 입장을 옹호하던 '지롱드파'는 우측 의석에 앉아서 대립적인 토론을 벌렸던 것에서 좌파와 우파로 불려졌다.

좌측의 자코뱅파는 이상세계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배와 착취를 정당화하는 사회주의 이념을 주장했고, 우측의 지롱드파는 사유재산 보호와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자유, 자본주의 이념을 주장했다. 이들 좌우가 지향하는 이념은 동전의 양면처럼 필연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이 갈등을 관리하고 봉합하려는 제도(체제)가 바로 민주주의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진보들은 시장경제, 자유주의를 기본으로 인정하고 민주적 절차를 신봉한다. 하지만, 한국의 진보들은 마치 친북주의를 지향하는 듯하고 민주적 절차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것만 같다. 시대의 변화를 대하는 관점과 경제 주체의 방향에 따라 진보냐 보수냐의 개념은 달라진다. '진보, 보수'를 함부로 구분하고 정쟁이 심화하면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어부들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 된다.


이보영 /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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