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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예전, 라크마가 4년을 공들였죠"

[LA중앙일보] 발행 2019/06/06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6/05 19:51

LACMA 큐레이터 스테판 리틀

한국 서예전을 기획한 LACMA 큐레이터 스티븐 리틀. 그는 400페이지의 전시 도록을 모두 외우고 있는 듯이 작품들을 펼쳐 보이며 설명했다.

한국 서예전을 기획한 LACMA 큐레이터 스티븐 리틀. 그는 400페이지의 전시 도록을 모두 외우고 있는 듯이 작품들을 펼쳐 보이며 설명했다.

'선을 넘어서: 한국 글씨 아트'
2000년 한국 서예 총망라

16일 레스닉 파빌리언서 개막
추사의 작품, 한글 등 8점 전시


한국 서예전이 LA카운티미술관(LACMA.마이클 고반 관장)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는 그리 흥미롭지 않았다. 특별한 것이 있을까. 어쩌면 LA에 살고 있는 많은 한인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서예전에 대한 디테일한 정보가 들려오면서 관심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한국 최고의 서예가 추사 김정희와 신사임당의 작품이 오네….' 볼만은 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지난 21일 이후, 서예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이번 전시를 이끈 LACMA 큐레이터 스테판 리틀 동양국 국장을 만난 후다. 그가 들려준 이번 전시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하다. 소개되는 작품 하나하나에 이야기가 있고 그 가치 또한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스테판 리틀 큐레이터는 "아마 한국에서 이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니며 다 보려면 10년 정도 걸릴지도 모른다. 일부 개인 소장품의 경우 어쩌면 평생 못 볼 수도 있다. 그런 작품들을 이번 라크마 전시에서는 1시간이면 다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서예전 '선을 넘어서: 한국 글씨 아트(Beyond the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이 오는 16일 LACMA내 레스닉 파빌리언(Resnick Pavilion)에서 개막한다.

LACMA가 4년을 공들인 전시다.

-1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어떤 작품들인가.

"한국 서예 역사를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종이만이 아닌 목판, 금속, 도자기, 돌 등에 쓰인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크게는 시대와 사회계층별로 분류해 전시하는데 삼국시대, 조선, 근대와 현대 그리고 왕과 양반, 승려, 학자, 화가, 노비 등 다양한 계층에서 나온 작품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 추사 김정희나 신사임당 등 유명 작품들도 있지만 평소 보기 힘들었던 희귀 작품들과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외로 반출되는 작품도 있다. 이번 전시의 특별함이다."

-희귀작품들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있겠나.

"우선 김정희의 한글 작품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김정희의 한자만 생각하지만 그는 한글 또한 잘 사용했다. 특히 그는 아내와 며느리에게 편지를 쓸때 한글을 사용했다. 추사의 한글 작품은 쉽게 보기 힘든 귀한 작품이다. 또 효종 임금의 연습장도 있다. '효종어필'은 딸인 숙안 공주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던 것으로 다양한 글씨체로 낙서하듯 연습한 글과 그림이 그려져 있다. 고구려 414년 제작된 거대한 광개토대왕 비석 탁본도 온다. 이 탁본은 세계 제2차 대전 전인 1920년에 한국의 학자가 뜬 것이다. 이외에도 희귀작품들이 많다."

-이 수많은 작품을 어디서 가져오는 것인가.

"전시 작품 중 2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에서 가져온다. 전시를 위해 한국 국립박물관, 한글박물관, 갤러리 리움, 고려대, 동아대 등 수많은 뮤지엄과 대학 그리고 일부는 개인 수집가로부터 대여했다. 사실 대여를 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한곳 한곳을 다 방문해가면서 요청했다."

-4년 전부터 전시를 기획했다고 들었다. 시작은.

"10세까지 아시아에서 자랐고 중국 서예를 공부했다. 아시아에 대한 이해가 깊을 수밖에 없다. 서예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평소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었다. 미국과 세계 곳곳에 중국과 일본의 서예전은 많이 열리는 데 비해 한국 서예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전시는 지금까지 서양에서는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한국 서예전 아이디어를 냈다. 무엇보다 첫 번째 한국 서예전은 LACMA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세계에서 한국을 제외하고는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곳이 LA가 아닌가. LACMA는 한국문화와 미술을 알리고 소개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전시 타이틀 '선을 넘어서'의 의미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글씨를 넘어서, 그 뒤에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는 의미다. 휴먼 스토리다. 서예가 의사소통의 수단이나 미술품으로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작가의 삶을 이야기한다. 신사임당의 작품을 보면 그의 가족과 그가 살았던 사회를 엿볼 수 있지 않나. 때문에 미국인들에게는 이 전시는 그 어떤 전시보다 더 새롭게 와 닿을 것이다. 또 하나는 서예의 미래를 의미한다."

-왜 미국인에게 더 새로운가.

"미국에서는 글을 쓰는 것에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그러나 한국에서의 서예는 거울과 같다. 특히 왕에게 서예는 얼굴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항상 평가를 받았다. 왕의 글은 정치적인 힘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왕들 대부분이 뛰어난 서예 실력은 겸비했던 이유다.이런 생각 자체가 미국인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다. 누군가 내 서명을 보고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이거나 멍청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지 않나. 하지만 한국 서예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서예가는.

"추사다. 이번 전시에 추사만의 섹션을 따로 마련했다. 총 8점을 전시한다. 그의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고 독특하다. 그의 작품 중 '자신불'이란 작품에서 '불(佛)' 자의 획을 길게 늘여썼다. 이런 획은 중국서예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그만큼 추사의 작품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이다."

-현대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전시 중 첫 전시다. 나머지 전시는 언제 열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전시는 각각 2022년과 2024년에 '20세기 한국미술전'과 '한국 현대미술전'을 계획하고 있다. 대규모 전시 외에도 한국 미술을 보여줄 작은 전시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서예전에도 소개될 화가이자 서예가인 박대성 작가 개인전이 2년 후 계획되어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서도호 전시가 열린다. 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 선보일 동양화가 서세옥의 아들이다. 같은 해에 아버지와 아들이 동시에 LACMA에서 전시를 같게 되는 셈이다."

-한국 미술에 관심이 높다. 한국 현대미술을 어떻게 보고 있나.

"현재 LACMA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은 600여점에 달한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현대미술품을 더 수집할 예정이다. 사실 우리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은 물론 뉴욕에서도 한국 아트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세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한국 현대미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스티븐 리틀 큐레이터는

미국 내 흔치 않은 아시안 미술 전문가다.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으며 코넬대와 UCLA에서 석사,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미술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클리블랜드 뮤지엄과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에서 중국 미술 큐레이터로 일했다. 2011년 LACMA 동양국 국장으로 부임했다.
추사 김정희의 작품.

추사 김정희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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