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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향계] 미국인은 왜 돈을 모을까

미주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일까. 한국 정치? 어느 정도 맞다. 자녀? 그것도 맞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관심은 지금 살아가는 문제, 앞으로 살아갈 일일 것이다. 나이듦에 적응하고 대비하는 일 말이다.

얼마 전 미국 온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젊은 친구가 물었다. "미국서는 무엇을 준비하며 살아야 하나요?" 인생이 무엇이냐는 것만큼 어려운 질문이다. 미국 생활 20년이 됐지만 나 역시 똑부러진 답은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 미국인들은 어떨까. 최근 재정 정보 전문사이트 '고뱅킹레이츠닷컴'이 보도한 '미국인이 돈을 모으는 이유'라는 글이 조금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전국의 남녀노소 5000명에게 물었다. "왜 돈을 모읍니까?" 놀랍게도 가장 많은 응답은 '은퇴자금 마련'이었다. 3분의 1 가까운 29%가 노후 대비를 위해 저축한다고 대답했다.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던 '내집마련'은 27%로 두 번째였다. 그 다음은 여가생활(20%), 자동차 구입(20%), 대학 학자금 준비(14%) 순이었다.

길어진 수명에 노후가 두려운 것은 주류 미국인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아무리 복지강국이어도 국가가 개인의 노후보장을 완벽히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미국같은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개인의 노후는 더 철저히 개인의 몫이다. 이런 현실을 알기에 다들 은퇴 준비에 고민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실상은 거꾸로다. 평생 일하며 중간 소득 수준을 유지했던 미국인 부부의 66%는 은퇴 시 통장 잔고가 5000달러도 안 된다. 은퇴자의 27%는 아예 통장이 비어 있거나 빚까지 지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의 2013년 통계지만 지금도 비슷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한인들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은퇴는 1세들에겐 준비 단계를 넘어 당장 맞닥뜨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어떻게 되겠지'에 머물러 있다. 소셜연금에 기대를 한다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연방노동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미국인 가정은 연 평균 4만5756달러를 쓴다. 한 달에 3800달러 정도다.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소셜연금 평균 수령액은 월 1461달러다. 젊어서 내가 벌어 내가 낸 만큼 돌려받는 것이니 적다고 타박할 일은 아니다. 한인노인 중엔 그 정도라도 받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대신 웰페어(SSI)에 의존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900달러 남짓이지만 이 돈은 내 이웃이 낸 세금으로 나눠주는 것이니 신청 조건 까다롭다고, 이런저런 제약 많다고 불평할 일은 못된다.

별 생각 없이 세월 보낸 사람과 꼼꼼히 준비하고 실천한 사람의 노후가 같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흘려보낸 세월을 탓하고만 있을 필요는 없다. 모아 둔 돈 없다고 너무 낙심할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 수준이 되어야만 서글프지 않는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것, 일부 사실이긴 하지만 그것도 고정관념이다. 잘 먹고, 잘 입고, 매년 한 두 번 크루즈 여행 가지 않더라도 씩씩하고 유쾌한 노후를 즐기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노년 행복을 위한 5가지 요건'이 있다. 모두가 아는 '건(健)-처(妻)-재(財)-사(事)-붕(朋)'이다. 첫째는 건강, 둘째는 배우자다. 재물은 세 번째다. 일과 친구도 빼놓을 수 없다.

질문한 젊은 친구에게 이 이야기로 대답에 대신했다. "지금부터 은퇴준비를 하라. 돈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준비가 돈만이어서는 안 된다. 건강과 배우자, 일과 친구도 똑같이 중요하다. 다섯 가지에 골고루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그게 미국 생활이다. 아니 이어야 한다."


이종호 논설실장 lee.jo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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