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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맵고 짠 음식 즐기는 한국인, 위암 발생률 1위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6/08 건강 7면 기사입력 2019/06/10 13:18

72세 되는 김씨는 5년 만에 위 내시경 검사를 받게 되었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그는 가끔 과식을 한 후 배가 좀 더부룩 해지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었다. 내시경상 경미한 미란성 위염이 보였을 뿐 특정된 부위의 이상은 없어 보였다. 위 부위를 조직검사 해보니 말트 림프종양(MALTOMA)으로 판정되었다. 위 림프종은 악성 위암의 한 종류로서 늦게 발견되면 치료하기 매우 힘든 질환이다. 김 씨의 림프종은 헬리코 파이로리 감염으로 인해 생긴 말토마라는 림프종으로 악성도가 비교적 낮은 암이며 극히 소수의 위암 환자에게서 발견된다. 김씨는 2주일간 헬리코 파이로리 치료를 받았고 두 달 후 내시경 조직 검사상 림프종이 완치되었음을 확인했다. 결국 김씨의 경우 2주일의 헬리코 파이로리 치료로 위암을 완치시킨 셈이다.

대부분의 위암은 김씨의 림프종과는 다른 선암(Adenocarcinoma)이다. 비교적 선암은 악성도가 높으며 항암치료도 잘 안 드는 경우가 많다. 위암은 한국 남성의 경우 가장 발병률이 높은 암이므로 조기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위암에는 뚜렷한 증세가 없다. 배 주위의 거북함, 통증, 식욕 부진, 체중 감소, 소화 불량, 궤양으로 인한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러한 증세가 보였을 때는 이미 암이 많이 진전된 상태이다.

이렇게 초기에는 증세가 거의 없으며 위암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소화성 질환들이 많기 때문에 위암의 조기 발견은 매우 어렵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소화제나 위장약 등을 손쉽게 구입해 남용, 오용하는 환자가 비교적 많은 편이고, 자가 처방 하는 경향이 있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조기 위암에 대한 계몽과 인식은 예방 차원에서 절실하다.

높은 위암 발병 원인

모든 암 질환 중에서 아직 발생빈도의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암은 35세를 전후한 연령에서 급격히 증가하며 60~70대 후반까지 지속된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위암 발생률을 보이는 지역이다.

한국인들이 이렇게 높은 위암 발병률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모든 성인 질환의 유발 요인을 분석할 때는 유전과 환경적인 요소들을 들추어 볼 필요가 있다.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이지만, 하와이 거주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 조사에 따르면, 이민 1세의 위암 발생률은 일본 본토인들과 같은 반면, 3세의 경우에는 미국인의 위암 발생률과 비슷한 수치가 나타났다. 이것은 선천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시켜 주는 자료가 되었다.

환경적 요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물이다. 첫째로 질산염 계통의 나이트로소아민이란 발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채소 및 음식물을 들 수 있다. 특히 훈제된 육류나 생선에서 방부제 성분인 질산염이 검출되며, 이는 음식물에 많은 여러 화학 성분과 결합하여 장내 세균 작용에 의해 나이트로 계통의 발암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둘째로는 맵고 짠 음식을 들 수 있는데, 193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가장 흔한 암이었던 위암이 지금은 점차 감소해 암 발생률 10위 안에 가까스로 들어가 있는 것은, 아마도 염장법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며 식품을 신선하게 보존할 수 있는 냉장고의 등장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아직 전통적인 염장법 및 요리 방법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염분에 의한 해로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위험 요인이 있는 음식물로는 불에 태운 음식 종류(고기.생선 구이)를 들 수 있다.

셋째로 만성 위축성 위염, 위장 폴립, 방사선, 흡연, 헬리코박터균 감염 외 여러 확정되지 않은 유전 인자 등을 위험 요인으로 들 수 있다. 특히 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발병과 밀접히 관계되어 있으므로 위암의 주요 원인 균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위암 진단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위암은 대부분의 경우 많이 진전되기 전에는 아무 증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증상 상태에서의 조기 발견은 매우 중요하다. 조기 위암이란 암의 침윤 정도가 위의 점막 층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이고, 근육 층 이상 주위 림프절로 침범하였을 때는 진행 위암이라 불린다. 진행성 위암의 5년 생존율은 30퍼센트인 반면, 조기 위암의 5년 생존율은 95퍼센트라는 것을 감안할 때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하는 선별 검사의 중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위암 조기 진단 방법으로는 위내시경(gastroscopy)과 위장 조영술(Upper GI)이 있다. 위장 조영술은 바륨이라는 조영제를 복용한 뒤 환자의 자세를 바꾸어 가며 외부에서 엑스레이로 위장 내부를 간접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이다. 반면에 위내시경 검진은 위장 내부를 직접 낱낱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검사로서, 필요에 따라서는 내시경을 하는 도중 세포 조직을 떼어내 현미경으로 위암 유무를 판가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기 위암 진단에 대한 정확도는 위내시경 점검 방법이 위장 조영술 보다 훨씬 높다. 조영술에 비해 내시경 검사가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은, 내시경 시술 자체가 진단 방법으로 그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치료 방법으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시경 검사 도중 출혈 중인 궤양을 발견했다면, 내시경을 통하여 지혈제를 투입한다든가 전기 또는 열을 가하여 지혈시킬 수 있으므로 비상사태를 수습하는 것이 가능하며 심지어는 위급한 환자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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