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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보면 마음 아프지만 형 죽인 고유정 사형시켜 달라"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9/06/11 19:42

'시신 못 찾은 형'에 통곡하는 동생
엄벌 원하면서도 혼자 남은 조카 걱정
"아버지 잃고, 어머니 '살인자' 굴레"
"블랙박스는 형이 아들 사랑한 증거"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조카를 생각하면 마음 아프지만, 형을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은 반드시 사형돼야 합니다."

전처 고유정(36)에게 살해된 강모(36)씨의 세 살 터울 남동생(33)은 12일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날 경찰은 "고유정이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며 '구속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아들(6)을 만나러 온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강씨 집은 말 그대로 초상집이지만, 유족은 장례조차 못 치르고 있다. 고유정이 강씨 시신을 심하게 훼손해 바다와 육지, 쓰레기장 등에 나눠 버려서다. 동생은 "형님 시신 수습이 가장 먼저다. 부모님은 매일 형 영정 사진만 멍하니 바라본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혼자 남은 조카를 걱정했다.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살인자'라는 굴레를 평생 감당"해야 해서다. 그가 뒤늦게 형이 타던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이유도 조카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비참한 뉴스에 형 목소리가 나오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조카가 아버지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했는지 알기를 바랐다. 삼촌으로서 조카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했다.




고유정 모습. [연합뉴스]





다음은 동생과의 일문일답.

-형이 조카를 끔찍이 사랑한 것 같다.
"형님은 2017년 이혼 후 어린이날과 아들 생일마다 꼭 장난감을 사서 택배로 보냈다. 그리고 카드 대신 현금으로 계산해 영수증도 같이 넣었다. 2년 동안 못 봤으니 똑같은 장난감이 있거나 맘에 안 들어하면 바꾸라고…. 그만큼 아들을 사랑했다. 이번에 아들 만나러 갈 때는 '레고 닌자고'를 사줬다. 형이 너무 바빠서 제게 부탁했다. 좋은 것 사다 달라고…. "

-블랙박스 영상이 화제가 됐다.
"형 승용차 블랙박스를 보면 형이 2년 만에 아들을 본다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갔다. 그런데 (고유정은)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하고, 바다에 뿌려 저희 가족은 머리카락도 건진 게 없다. 그래서 분노한다. 형은 저희 집의 자랑이었다. 형이 지금이라도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면 제 목숨과 바꾸겠다."

-뒤늦게 형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한 이유는.
"비참한 뉴스에 형 목소리가 나오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조카가 아버지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했는지 알기를 바랐다. 삼촌으로서 조카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다."


-많이 힘들겠다.
"형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돌아다녔다. 손톱 밑에 흙이 벗겨질 날이 없었다. 괴로운 얘기를 반복하니 너무 힘들지만, 형 시신 수습을 못한 상태에서 여론이 잠잠해지면 (수색) 인력을 뺄 수 있어 멈출 수 없다. 조카가 없었다면 더 강경하게 나갔을 거다. 형이 사랑했던 자식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 부모님은 아들 하나를 잃어버렸지만, 조카는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는 '살인자'라는 굴레를 평생 감당해야 하지 않나. '고유정을 사형시켜 주십시오'라고 호소하는 제 모습을 조카가 보고 '작은 아빠는 우리 엄마를 죽이고 싶어했구나'라고 괴로워할 생각을 하니 가슴 아프다."


-아들 면접일을 앞두고 고유정 행동이 이상했다던데.
"이혼 소송 중일 때 형이 '오늘 되도록 ○○이 보고 싶으니 볼 수 있게 해줘'라고 문자를 보내면 그 여자는 '오늘 시간이 안 됩니다' '연락드릴 테니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단답형으로 답장을 보냈다. 그러던 사람이 법원 판결로 아들을 만날 수 있는 날짜가 지정되자 말투가 완전히 바뀌었다. 다정한 말과 물결 표시 이모티콘 등이 섞인 문자를 보냈다. 형은 '소름 돋는다. 다시 잘해 볼 생각 전혀 없다. 이혼 절대 후회 안 한다. 애만 보고 싶다'고 얘기했다. (고유정은) 이때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 같다."





'제주 전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12일 오전 제주 동부경찰서에서 제주지검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숨진 강모(36)씨 유가족들이 호송차를 막아서고 있다. [뉴스1]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까닭은.
"삼권 분립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수사 기관에) 압력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여론의 힘을 얻으면 형 시신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이만큼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니 재판부에서 좀 더 면밀히 살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지난 7일 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불쌍한 우리 형님 찾아주시고 살인범 ○○○ 사형을 청원합니다' 제목의 글은 12일 현재 10만여 명이 동의를 눌렀다.)

-주위에 도움을 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형 대학원 동료들과 고등학교 동창들, 향우회 등에서 계속 '뭘 도와줄까' 연락이 온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형이 정말 잘 살았구나' 이 마음으로 버틴다. 사촌 여동생은 저희가 울적할까봐 집에 매일 온다. 형 기사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연결되는 링크와 댓글을 달며 도와준다."

-부모님은 어떠신가.
"매일 형 영정 사진만 멍하니 바라본다. 정말 화가 나는 건 그 여자가 반성하지 않는 거다. 사죄 한마디 없다. 그래서 더 용서할 수 없다. 그 여자는 저희 형을 죽였지만, 저희 가족도 다 죽인 거나 마찬가지다."


-마지막 바람이 있다면.
"하늘나라에서 형을 만나면 '형 누명도 벗기고 억울함도 풀고, (형 찾으러) 산길도 뛰어다녔다. 내 목숨 걸고 형 명예 지키고 범죄자 처벌에 최선 다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해 주고 싶다."

제주=김준희·최충일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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